[충청일보 사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 등 가축전염병이 모두 충북지역에서 발생하면서 우리 지역이 '가축전염병 진원'이란 오명을 얻고 있다. 지난해 11월 AI가 처음 발생한 곳이 음성이며, 지난 1월에는 옥천에서 브루셀라가 전국 처음으로 발생했고, 지난 5일 발생한 구제역이 최초 확인된 곳도 보은이다. 특히 구제역은 보은군 마로면 관기리 젖소농장에서 올겨울 첫 구제역이 발생한 이후 이 일대에서만 벌써 7건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구제역 9건 중 대부분이 보은지역에서 발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충북지역에서 살처분된 가금류는 400만마리에 이르고, 브루셀라와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도 1000마리에 달한다. 그렇다고 충북도의 가축전염병 방역 등 예방 체계가 부실한 것도 아니다.백신 접종이나 취약지역 방역 등에서 우수 평가를 받고 정부로부터 방역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백신 접종을 허술하게 했을 경우 가축전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다며 은근히 충북지역의 관리·감독 소홀을 탓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지난 11일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보은군 마로면 송현리 한우농가의 항체율은 87.5%로, 기준치대로라면 구제역 발생 가능성이 희박하다. 이는 백신 접종보다는 백신의 효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 충북지역에서 발생한 AI나 구제역 바이러스 모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된 유형이라는 점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백신으로는 예방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만으로는 충북지역이 가축전염병의 진원이란 오명을 벗기 어렵다. 따라서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2000년 이후 8차례나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살처분 비용과 생계안정자금 등 혈세만 3조3127억원이 투입되는 등 사회적 손실 비용이 크다는 점에서 가축전염병 방역체계 강화는 절대 간과할 일이 아니다.

우선 가축 관리 효율성을 위해 집적화한 가축농가의 관리 체계를 개선, 적정사육밀도에 맞춰 분산 사육하는 등 가축 사육 환경을 바꿔야 한다. 백신정책도 다양한 유형의 발생 상황에 대비, 정부가 백신 수입원을 다양화하는 한편 국내 환경에 맞는 백신 개발에도 주력하도록 일선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요구가 필요하다. 가축 사육농가를 대상으로 한 관리·감독체계도 강화, 백신 접종 소홀 등 문제가 드러났을 경우 행·재정적 처분 수위를 높이는 등 농가의 안일한 방역 행태를 개선토록 유도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에서 비교적 가축전염병 발생률이 낮은 전남지역 등 국내는 물론 해외 사례 등을 통해 효과적인 가축 사육 환경과 방역 체계 등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역을 철저히 하는 데도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는 원인을 모르겠다는 하소연보다는, 근본적인 가축전염병 방역체계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개선을 통해 '가축전염병 청정지역'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도록 지자체와 사육농가의 긴밀한 협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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