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주 전 충북도도로관리사업소 총무팀장

손자는 "무릇 군대 모습은 물의 상태와 같아야 한다. 물은 높은 곳을 벗어나면 아래로 내려간다. 군대 형세는 굳센 곳을 피하면서 약한 곳을 쳐야 한다. 물이 지형으로 말미암아 만들어지듯이 군대도 적으로 말미암아 승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군대도 일정한 형세가 없고, 물도 일정한 모양이 없다. 적의 변화에 따라 승리를 다스릴 수 있는 장수는 신에 이른 것으로 일컫는다. 오행은 늘 이기는 것과 사계절은 늘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없다. 해는 길고 짧을 때가, 달은 차고 기울 때가 있다(夫兵形象水 水之形避高而趨下 兵之形避實而擊虛 水因地而制流 兵因敵而制勝 故兵無常勢水無常形 能因敵變化而取勝者謂之神 五行 無常勝) 四時 無常位 日有長短 日有死生)."고 했다.

물의 특징은 자연스럽고 유연하기에 흐름과 멈춤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고, 사물은 고착과 불변이 아니라 유동과 변전(變轉)이 근본이라는 말이다. 장수는 이 이치를 깨달아 지나친 주관과 고정된 틀에 얽매여 용병과 지휘에 무리수를 둬 그르침으로 빠져서는 절대로 안 됨을 알려 주는 것이다.

물에는 정동(靜動), 집산(集散), 강온(强穩), 순리(順理), 순응(順應)들의 특성이 있다. 이것은 물이 주변 환경에 맞게 움직임을 결정함을 알려주는 것이다. 또한 오행과 사계, 해와 달도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바뀌며 시간이 흐르면서 다시 옛 모습으로 돌아간다. 이것은 사물의 근원은 변화이면서도 궁극은 복원이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것은 정주(停駐)가 아니고 상동(常動)이다.

전장에서 지휘관에게 요구되는 것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이 가운데서도 상황 대처 능력, 곧 전장에서 직면하고 있는 여건과 사태에서 가장 적합한 방법과 수단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자질과 역량은 매우 중요하다. 전장은 지휘관에게 이것을 갖춰야 한다고 채근하기 때문이다. 전장 환경이 예측한 대로 흘러간다면 얼마나 무난하겠는가?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고 인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래서 지휘관에게는 고도의 융통과 탄력, 산뜻한 창의와 창발, 발상의 전환, 사고의 진화가 필요하다. 아니, 절대적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휘관은 이 점을 꿰뚫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변화에 대응한 끝과 다함이 없는 책략을 꺼내 위대한 승리를 이끌 수 있어서 그렇다. 이러기에 쥬코프(Georgi Zhukov)도 "임무 수행에 있어서 창조적인 주도성을 발휘하지 못 하고 상부의 지시만 의존하는 자는 우수한 지휘관이 될 수 없다"고 했나보다. 엄혹한 전장에서 얽매임 없이 행동의 자유를 가질 수 있는 지휘관과 군대의 존재는 시공을 초월한 전쟁의 화두다.

우리들 현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과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이것들의 성격에 따라 알맞은 조치를 무리 없이 할 수 있고 또한 그때 그때의 사정과 형편들에 맞는 가장 적절하고 알맞은 처리를 할 수 있는 인물과 조직은 비범한 능력을 가진 것이다. 상흔을 최소로 하면서 바라는 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손자의 이 가르침 실현에 있다. 잘 살펴보라. 그리고 이행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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