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유달준 유안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민주주의와 관련한 격언 중에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제군주제에 맞선 시민들의 피 흘린 투쟁을 통해 쟁취한 정치적 산물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우리 헌법은 여러 가지 기본권을 규정하고 있는데, 투쟁의 산물로서 민주주의와 직접 관련 있는 것은 정치적 기본권이라 할 것이다. 정치적 기본권은 크게 정치적 자유권과 참정권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정치권 자유권으로서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당설립과 활동의 자유를, 참정권으로서 선거권, 공무담임권, 국민투표권을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과 맞물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에서 자유로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 것도 민주주의의 정착을 통해 정치적 자유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시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헌법에서 정한 참정권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 현행 국민투표법과 공직선거법은 19세 이상의 국민에게 투표권과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는데, 국민에게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참정권을 확대하기 위해 그 연령을 낮추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우선 헌법에서 정한 보통선거의 원칙에 보다 부합한다는 것이다. 보통선거라 함은 제한선거에 대한 개념으로서 모든 국민은 성별, 인종, 재산, 직원, 사회적 신분, 종교에 관계없이 누구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다는 원리이다. 지금은 성인이라면 누구나 선거권을 갖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지만, 선거권은 본래 귀족과 부르주아계급에 속하는 남성의 전유물이었다. 19세기 중엽에 이르러 남성노동자 계급에게 인정이 되었고, 여성의 참정권은 20세기에 들어서야 인정이 되었다. 선거권 역시 절대적 권리가 아닌 이상 법률에 의해 제한을 할 수 있지만, 18세로 하향한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위해가 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권리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둘째, 18세는 책임 있는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하는데 큰 제약이 없을 나이이기에 선거권을 부여해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비록 민법상 성년은 만 19세이지만, 이는 미성숙한 상태에서 법률행위를 통해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일 뿐이므로, 권리를 제한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할 것이다. 세 번째로는 국제적 흐름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34개회원국 중 19세 선거권을 규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외국의 입법례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부당한 것이 아니라면 그 흐름에 순응하는 것이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민주주의 측면이다. 국가권력의 정당성이 국민의 정치적 합의에 귀착되어야 한다는 통치원리를 민주주의라고 할 때, 국민의 정치적 합의는 그 대상이 넓을수록 더욱 정당성을 갖는 것이다. 게다가 18세의 국민은 비록 미성년이기는 하나, 다가오는 미래의 주역들이 되는 만큼 자신들이 살아갈 국가와 사회의 모습을 결정할 권한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선거의 유·불리를 떠나 민주주의의 확장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가 합의하여 처리하길 기대하는 것은 너무 순진한 것일까.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