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곽의영 전 충청대 교수] 무릇 인간은 연륜(年輪)이 쌓이다 보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성찰을 하게 된다. 이에 관한 학문의 하나가 바로 인문학(人文學)이다. 인문학은 철학·역사학·문학 등이 어우러진 학문으로 우리가 살면서 부닥치는 삶의 무거움을 덜어주고, 힘과 지혜를 주는 인간의 학문이다. 이를테면, 실제로 살아온 여정(旅程)들의 경우는 역사학이 그 교훈을 주고, 철학은 생각과 지혜를 제시해주며, 간접경험의 산물인 문학은 앞으로 살아가는데 조망(眺望)과 설계를 해준다.

 돌이켜 보면 현대인들은 치열하게 살아가기 때문에 자신과 주변을 제대로 둘러볼 여유를 가지는 것이 그리 쉽지가 않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물질적(경제적) 가치가 필요로 한다. 이는 물적 가치가 그만큼 우리의 생존과 번영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열심히 일을 하고 이를 통해 보람과 성취감을 맛보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매우 심하다. 그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은 속도와 효율이라는 프레임에 매몰되어, 쫓기는 생활을 하게 되고, 정신적 번민(煩悶)에 시달리기도 한다.

 사실 인간은 채워야 할 욕망이 너무나 큰 존재이다, 일정한 욕망을 채우고 나면 또 다른 욕망이 일어나, 욕망이 더 커질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욕망 중에서 사람들은 특히 돈과 권력과 같은 욕망을 채우기 위해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이를 쫓아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만 가기도 한다.  
 사실 오늘날 세상은 자본주의의 발달로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삶의 목표나 가치가 이에 편중되고 말았다. 따라서 지나치게 물적 세계에 많은 관심을 두게 되다보니, 내면적 세계의 추구에는 소홀해 질 수가 있는 것이다. 모름지기 인간은 물질적·정신적 존재이다. 그러므로 우리들의 보편적 삶은 물질적 가치와 정신적 가치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정신적 가치를 추구함에 있어 제일의 명제(命題)는 인간의 문제이다. 즉 역사적으로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탐구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현대인이 살면서 어떠한 가치관과 세계관을 가져야 제대로 사는 것일까를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인문학은 사람 중심의 학문으로, 인간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다루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인문학은 한 개인의 삶은 물론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살피는 것이므로, 우리 생활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학문이다.

 개인의 경우는 자아정체성을 확립하여, 복잡하고도 갈수록 힘들어지는 고단한 삶 속에서 흔들림 없이 살 수 있는 힘과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나아가 인간은 다른 사람과의 유기적 관계를 갖는 사회적 존재이므로, 사회적 관계의 의미와 시각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해주기도 한다. 인문학은 자신을 발견하는 길이며 이 사회가 더불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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