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콘텐츠진흥팀장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콘텐츠진흥팀장] "얼마나 놀랐을까. 수해를 입은 시민들의 마음은 얼마나 타들어갈까.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내가 할 일이 있으면 기꺼이 할 것이다." 그날 이어령 선생께서는 만나자마자 청주지역의 기습폭우 소식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부터 털어놓았다. 동아시아문화도시 청주의 명예위원장으로, 명예청주시민으로 그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시민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신은 "기쁨과 슬픔은 언제나 함께 오니 너무 슬퍼하지 말자. 더 견고한 도시, 더 안전한 도시, 더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힘을 모으자. 새들은 바람 불 때 집을 짓듯이, 견딤이 쓰임을 만들듯이 좌절하지 말고 희망의 집을 짓자"며 시민들이 아픔을 딛고 일어나 어떠한 위기와 어려움도 견딜 수 있는 도시를 만들자고 했다.

 생명자본의 시대에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웅변할 때 나는 가슴이 떨려왔고 내 안의 60만 세포가 용솟음쳤다. 생명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일이 그 어떤 정책보다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기후의 변화와 정치변화는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참에 정치문화가 성숙되고 혁신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교육, 의료, 문화예술, 환경 4가지가 미래를 책임질 생명자본이라며 청주는 이 모든 것을 콘텐츠와 기술로, 미래가치를 담아, 삶에 스밀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당신께서는 청주를 생명의 모항, 생명문화의 도시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지고 젓가락콘텐츠, 세살마을, 3D프로젝트, 한중일 토종문화거리, 세계 가로등거리 등 다양한 정책방향을 제안했다. "청주가 하면 세계가 할 것이고, 청주가 하지 못하면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할 수 없다"며 맑고 향기로운 청주정신과 청주의 자원이 세계에 번질 수 있도록 지혜와 역량을 모으자고 했다. 우리 모두가 위대한 시민, 위대한 역사의 주인이 되자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당신의 말은 분명했으며 눈빛은 빛났고 표정은 다정했다. 늙고 야위고 지쳐 있었지만 다양한 지식과 정보와 지혜의 숲은 푸르고 깊었다. "몽당연필에 침을 발라가며 습자지에 글을 쓰면서 자랐으니 죽기 전에 몽당연필 100만 자루를 만들어 이 땅의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연필은 지적광산이다. 에디슨도 몽당연필을 사용했다. 몽당연필에 닥나무 씨앗하나 넣으면 좋겠다. 연필이 씨앗이 되어 자라고, 꽃이 피며 나무가 되어 종이가 되는 것을 이 땅의 아이들이 오감으로 체험하고 즐기며 인문학의 숲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당신의 말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모든 사물에는 스토리와 콘텐츠가 살아있으니 그곳에 있는 금맥을 캐내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그러면서 위기의 시대에 문화는 평등과 통합과 치유의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는 항상 리스크를 안고 있다. 지금 당장 쓸모가 없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더욱 빛나고 유용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니 갈릴레이의 지혜와 아인슈타인의 통찰과 플라톤의 아카데미가 필요하다.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응시하고 작은 것 하나에도 생명의 비밀을 찾자. 지금 우리에겐 지혜와 통찰과 협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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