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핸드폰 벨이 울렸다. "교수님!" 전화를 받자마자 목소리가 터진다. "교수님, 저희 됐어요!!" 경수가 말했다. 흥분을 누르지 못하고 막 소리를 찔러대니 귀가 따가울 정도다. "저희? 그럼 둘 다? 민지도?" "네, 민지도요. 두 명 다요!" "그래 잘 됐구나. 축하한다."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했지만 나 역시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경수와 민지, 내가 가르치는 2학년 졸업반 학생들이다. 며칠 전에 신입사원 입사면접을 봤는데 방금 그 결과를 통보받은 것이다. 둘 다 공부는 잘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가정의 아이들이다. 학비를 아낄 수 있다는 이유로 전문대학에 입학한 것이다. 전문대학이 취업이 잘 된다는 것도 큰 이유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힘들게 대학에 들어왔는데 그들을 둘러싼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정부의 발표는 10%대 전반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학생들이 느끼는 체감실업률은 30%를 훨씬 웃돈다. 설상가상으로 인문계 학과는 취업이 안 된다고 하니 학생은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수학이나 물리는 도통 모르겠고 그나마 좋아하는 일본어를 가지고 진로를 찾아보려고 하는데 어쩌란 말이냐, 나 같아서도 따지고 싶을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라는 말이 있다. 학생은 물론 교수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뼈를 깎을 각오로 노력해야 살 길이 열릴 거라고 나는 생각했다. 저렴한 비용으로 해외자매대학 유학을 가고, 국고로 해외인턴십을 다녀오고... 이렇게 하나씩 학생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을 정비해 나갔다.

 이번에 경수와 민지가 합격한 회사는 근로조건이 매우 좋다. 보수가 높고 복리후생도 튼튼하다. 4년제 대학 졸업생도 들어가기 힘든 우량기업으로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만큼 입사의 관문을 통과시키는 데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부족한 시간을 보충하기 위해 추석연휴에도 연일 학생들을 학교에 불러내서 교육을 시켰다.

 나에게도 그들과 비슷한 또래의 자식이 있다. 이 나이가 되다보니 학부모들이 어떤 마음으로 학생들을 키워왔는지, 그들에게 무엇을 바라고 기대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 부모님들이 나를 믿고 귀한 자식을 맡겨주시는 것이다. 피 한 방울 섞지는 않았고 심지어 국적조차 다르지만 내게 학생들은 아들딸 같은 존재다. 옛말에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고 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교수란 학생 덕에 사는 사람이다. 비록 친부모만큼은 못해도 제자들이 잘 되게끔 해주는 것이 내 보람이요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내 사명이라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11년 전 이맘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일본으로 달려갔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차가운 주검이 돼서 누워계셨다. 생전에 어머니가 하시던 말, "내게 효도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네가 있는 그곳에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도와줘라", 그것이 어머니의 유언이 됐다. 오늘은 경수와 민지가 첫 출근하는 날이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서파랗게 펼쳐진 가을하늘을 쳐다보고 "엄마 고마워요"하고 작게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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