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도쿠나가 충청대 교수] 12월 6일에 2018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규모는 428조 8,626억 원, 여야 간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우여곡절 끝에 자정을 넘겨 겨우 통과됐다. 북핵문제를 비롯해 안팎으로 큼직큼직한 난제들이 산적돼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중에서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문제가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일이다. 특히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확보해주기를 원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절실하다.

 한국의 대학졸업자 비율은 약 24%로 OECD 가맹국 중 가장 높다. 해마다 조금씩 비율이 떨어지고 있긴 하나 아직도 졸업 후에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대부분 고등학생들의 진로공식이다. 한때 대학졸업장이 인생성공의 보증수표였던 시기가 있었다. 그 어려웠던 시절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내고 '민주화투쟁'을 이끌었던 세대는 아들딸을 대학에 보내는 것으로 보장된 미래를 남겨주려고 했다. 먹을 것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살면서도 자식에게는 장밋빛 미래를 물려주고 싶어 했다. 작년의 대학진학률이 69.8%였다. 시간이 흘러 새 천년이 열린 지가 20년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다 참고 다 주며 애써 키워놨더니 그 귀한 자식이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공식 집계된 청년실업률이 10%가 훌쩍 넘었고 거리에는 미취업 청소년들이 넘쳐난다. 대학을 나왔는데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끝이 없는 알바인생, 볼 낯이 없다고 명절에도 못 내려오고 비좁은 고시원에서 혼자 컵라면 먹고 지내는 모습을 생각하면 부모 가슴이 미여터진다.

 거금을 들여 외국어 스펙을 쌓고 해외연수를 갔다 와도 취업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4년제 대학을 5년, 6년째 다니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대학생이 아닌 백수라는 신분으로 사회를 살아가기가 겁나서 졸업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OECD 발표 '2016년 고용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니트족(NEET, 취업 의지 없는 청년 무직자)은 147만 명, 그중에서 대졸 이상인 고학력자가 42.5%를 기록했다. OECD 34개국 전체 평균이 16.5%인데 한국은 그보다 무려 2.6배 단연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그리스로 28.4%이다. IMF(국제통화기금)나 EU(유럽연합)의 원조로 간신히 생존하는 파산국가보다 훨씬 비율이 높은 셈이다. '잃어버린 20년' 운운하던 일본은 21.7%로 한국의 반도 되지 않는다.

 대학 캠퍼스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의 눈에 힘이 없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중압감에 억눌려서 하루하루를 떨며 살고 있다. 헬조선, N포세대, 어쩌다 이지경이 됐을까?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 한번 시들어버린 가지엔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 양쪽 진영 의견에 모두 일리가 있겠지만 우리 자식들이 입에 풀질하고 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없다.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모아 해법을 찾아내고 실천해라. 이것이 현 정부에 주어진 최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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