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도 역시 업주의 탐욕과 공무원들의 태만, 부실관리가 빚어낸 합작품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스프링클러는 야예 작동하지 않았고, 화재 감지기가 반응하지 않아 방화셔터는 있으나마나였다. 2층 여탕 비상구 통로는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철제선반 등으로 가려져 있었다. 비상구는 밖으로 문이 잠겨 있었지만 그나마 안에서는 잠금장치를 해제하면 열 수 있었다고 한다. 여탕 고객들이 비상구를 찾기만 했더라면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텐지만 그렇게 가려 놓았으니 무슨 수로 비상구 입구를 찾을 수 있었겠는가.

 업주는 또 여탕을 관리하는 직원을 단 한명도 배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몇시간을 오지않는 구조요원만 기다리다 쓰려져 갔다. 인건비를 아껴 수입을 늘리겠다는 업주의 탐욕과 안전불감증이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 것이다.

 소방서와 관리 대행업체의 태만은 더 문제다. 제천소방서로부터 소방설비점검 업무를 위탁받은 춘천의 한 민간 소방시설관리 업체는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여탕은 아예 점검 대상에도 올려놓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30일 화재가 난 스포츠센터의 소방시설 작동 기능점검을 실시했을 때 스프링클러 배관의 누수, 화재감지기·대피유도등 미작동 등이 발견됐지만 어떤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위탁업체는 점검 후 30일 이내에 제천소방서에 결과를 보고하면 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드러나지도 않은 상태였다. 더구나 민간 위탁업체는 여탕은 들어가기 곤란하다며 소방점검 대상에서 2층을 아예 제외했다.

 제천소방서가 직접하는 특별조사도 출동하기 7일 전에 미리 통보하고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업주가 눈가림할 시간을 충분히 준 것이나 다름없다.

 대형참사가 우려되는 다중 이용시설에 대한 소방점검이 매번 이렇게 되풀이 해왔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런 방식이 가능하도록 한 법규나 제도 자체도 문제다.

 소방대원들의 출동과 진화 과정에서의 믿기 어려운 행동도 도마에 올랐다. 7분만에 화재현장에 도착했지만 준비 부족으로 40분을 허비했다. 여성 사우나 강화유리만 깼더라면 20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지만 시도조차 안 했다. 일부에서는 백드래프트 현상이 우려됐다고 하지만, 바로 유리벽 너머에서 유독가스로 숨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소방관들은 밖에서 물만 뿌려대고 있었다니 분노를 지나 잔혹성마저 어른거린다.

 허술한 규정과 하나마나한 점검을 하는 당국, 공무원, 점검대행업체, 수익에만 눈이 어두운 업주 등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것이 이번 제천스포츠센터 참사다. 불법 증개축 사실도 드러나 허가를 내준 제천 시청도 사고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야 정치인들이 앞다퉈 제천 참사 현장을 다녀갔다. 세월호 참사 처리에 미숙해 정권이 넘어가는 사태를 겪었으니 민첩하게 찾아오긴 했지만 위로와 동정이 전부가 아니다. 이런 후진적 안전사고가 되풀이 되는 것을 막지 못하면 “이게 나라냐”는 비판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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