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호 청주시 청원구청 세무과

[신상호 청주시 청원구청 세무과] 오늘은 눈이 소복하게 내리고 있다. 하늘에서 흰색 밧줄을 끊임없이 내려뜨리는 것처럼 눈이 내리고 있다. 어릴 적에는 함박눈이 그저 좋기만 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생활을 걱정하게 된다. 추위에도 야외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을 차창 밖으로 바라보다 라디오에서 폐지 줍는 노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들었다. 하루 15시간 이상 수없이 길을 걸으며 모은 폐지로 받는 돈은 많아야 1만 원 남짓이라고 한다. 추운 겨울에도 폐지를 주워 살아가는 노인의 수가 지난 2013년 기준으로 400여 명이었으니 지금은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싶다.

 또한 추운 겨울의 화재현장에서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의 노고를 잊을 수 없다. 몇 년 전에는 소방관들의 공기호흡기, 장갑 등의 물품조차 부족해 개인이 구매한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이번 제천에서 일어난 화재현장에 장비가 부족했다는 소식으로 아직도 머나 먼 길임을 다시금 느끼고 있다.

 아직 소시민의 하나인 사회인으로서도 정말 필요한 부분에 쓰여야 할 부분에 쓰이지 못한 것들이 많음을 체감하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정부 예산이 어느 일부분의 계층 사람들에게 집중돼 사라졌다는 일에 자괴감까지 든다. 내가 소속된 부서에서는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인 납세 의무를 중하게 생각해 많은 시민에게 법에 따른 세금 부과를 정당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자동차세 연납 시기를 맞아 1년의 자동차세를 한꺼번에 연납하면 10%를 절감해주는 제도에 따라 소시민들은 많지 않는 화물차의 세액 감면이라도 받기 위해 연납하고 있는데 헛되이 쓰인 액수의 규모가 '억', '억'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마음에 커다란 암흑이 짙어진다.

 소위 특권층의 이러한 사실이 알려질 때마다 납세 의무를 정당하게 이야기하는 우리의 어깨가 움츠려들고 시민의 따가운 한 마디, 한 마디에 대답할 언어의 부족을 체감한다.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 공공의 업무를 올바로 하고 있는지 옷깃을 여미고 주변을 살피는 일들의 소중함을 느끼며 해결 방안을 고민해봤다.

 첫째, 주변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격려이다. 내 주변에서 보이는 작은 어려움을 겪는 이웃이라도 세심히 살피고 격려하는 것, 불합리함을 개선하는 것이 바로 세상을 밝게 하는 것이다. 둘째,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 있는 관심과 정책이다. 반짝 관심은 오히려 더 주변 사람들 아니 똑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큰 아픔을 준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셋째, 행정기관 만능주의가 아닌 함께하는 실천이 중요하다. "이것은 정부에서 해야 돼!" 이런 생각보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라는 함께하는 사고와 실천이 필요하다. 정부, 개인, 사회의 3박자만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시민의 시선에서 주변의 어려움을 무심코 흘려보내지 않는 마음, 공직자로서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라는 속담처럼 나 스스로를 성찰하는 것, 사회의 구성원으로 의무와 관심이 모여질 때 소시민으로서의 자괴감을 극복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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