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가 같을 것이다. 하지만 자식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앞날이 창창하리라는 기대로 만들어진 조급한 마음에, 학술논문의 공동저자로 자녀의 이름을 올리려고 한 대학교수들의 행태는 진정한 지식인의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들의 행위는 범죄이다. 다른 사람과의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고 부정한 방법으로 자식을 능력 있는 사람처럼 속였기 때문이다. 나도 오래 논문을 써본 사람으로서 학계에서 인정받을 만한 논문은 고등학생이 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기보다 서둘러 변호사를 써서 이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다.

 나는 얼마 전 지인인 변호사로부터 논문의 공동저자 선택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물어보는 전화를 받았다. "그거야 저자들의 합의에 따라 천차만별이지요. 합의만 한다면 논문을 읽고 조언을 해준 정도라도 가능하고, 심지어 전혀 참여하지 않았어도 논문에 넣었을 때 인지도가 올라갈 것 같은 명망 있는 학자를 넣기도 해요. 예를 들면 스승 같은 경우요. 물론 부탁하고 승낙을 받아야죠. 그런데 왜 그런 걸 물어보세요?" 그의 답은 자식의 공동저자 사건 변호에 대한 의뢰가 들어왔기 때문이란다.

 그런 행동을 하는 지식인은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으로 대접받을 가치가 없다. 설혹 자식이 진짜 그런 기여를 했다고 해도, 만약 대학 입학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경우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그러한 행동을 실제 했는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행동을 한 목적이 무엇이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행동이 사회적으로 용납되었을 때, 지식과 명예의 잘못된 상속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이미 사회적 리더들의 범죄에 대한 불감증으로 인해 사회가 깊이 병들었음을 보여주는 현상은 너무나 많다. 그 중에 하나는 대학뿐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분야 리더들의 성폭력, 성추행이다. 그들은 그것이 과거의 관습에 의한 오류였을 뿐, 범죄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전혀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스스로 하는 행위가 범죄임을 알지 못할 수 없다. 다만 그것에 익숙해지면서 즐겼을 뿐이다.

 자신의 손길, 입김에 흠칫하고 떨고 있거나 술로 인해 스스로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상대를 추행하는 행위 자체가 범죄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이미 최소한의 양심을 버린 것이다. 나도 중고등학생 때 교사들, 대학생 때 교수들, 남자동료나 선후배로부터 음담패설과 성추행을 너무나 많이 당했다. 그 후 내가 몸을 담고 있는 대학 사회도 마찬가지였다.

 미투! 하지만 나는 그 많은 일들을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 애써 지워버렸다. 그저 그들도 잘못된 문화적 상속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망가진 불쌍한 사람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방관으로 잘못된 문화적 상속은 점점 더 사회를 병들게 하고, 젊은 여성들이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역시 방관자라는 또 다른 범죄자임을 깨닫게 된다. 너무나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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