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식 미즈맘산부인과 원장

[주명식 미즈맘산부인과 원장] '산부인과는 무엇으로 운영될까' 요즘 많은 병원들의 화려한 입간판들과 파사드(facade)를 보면 드는 생각이다. 물론 산부인과뿐 아니라 병원은 돈이 없으면 운영되지 않는다. 그런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안타깝게도 그 돈으로 지어진 휘황찬란한 건물과 시설에 현혹된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광고도 결국 돈으로 만들어진다. 그 광고에는 대부분 이런 문구가 씌어져 있다. "OO지방 최대규모", "OO권 최고의 의료진".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설명하는 용어 중에 '밴드왜건효과(Band Wagon Effect)'라는 말이 있다. 다수가 좋아하는 상품을 구입하려고 하는 소비현상을 뜻하는 경제용어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운영하는 병원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시선을 빼앗는 광고에 대해 조금 자각심을 가지고 보자는 이야기다. 출산을 다루는 산부인과는 마치 모든 학부모들이 한다고 따라하는 교육열 같은 유행이나 관심 따위와 비슷한 것이 아니다. 출산율이 세계 최저인 요즈음의 우리나라상황에서 적자에 허덕이는 산부인과병원들의 고통은 너무 심하지만 그렇다고 의사의 기본양심까지 버려서는 안 될 문제다.

 물론 임산부들의 체크리스트 중에서 기본적으로 체크되어야 할 부분은 의료진의 기술력이다. 이것은 기본적 요소이다. 어느 부분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체크되고, 본인이 이러한 유행과 관심에 눈길 돌리지 않을 결기(結己)가 확실하다면, 우리 아이가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철학'이 있는 산부인과로 가라고 조언하고 싶다.

 가끔씩 다른 병원에서 아이들을 낳았던 산모들이 상담할 때, "저번처럼 차가운 수술대에 올라가야 하나요?", "저번 병원에서는 무통분만으로 아이를 낳았는데 여기서도 가능한가요." 이러한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다. 이러한 병원들은 산모들을 '돈·실적'으로 보는 까닭이다.

 산부인과는 엄연히 병원이 아니다. 좋은 '목'이다. 요즘 카카오톡이나 네이버와 같은 '플랫폼'과 같은 곳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산부인과에서 좋은 목이란 인간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과 정신을 가지고, 부모가 편안하게 출산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곳이다. 의사는 거기에서 '산파'의 역할만 하면 된다. 그리고 부모와 아이가 온전하게 이 숭고한 행위에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불어넣어 준다. 대신 진심을 다해서 말이다.

 우리는 현재 유행에 민감하고 광고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내 아이의 평생을 결정할 수도 있는 산부인과에서 철학과 진심을 가진 좋은 '목자리'보다, 정말 장사 잘 되는 최고의 입지의 '목자리'가 중요한 것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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