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한반도의 평화정착이라는 시대적 소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우리의 경제계는 내동댕이 처져 방치되어 있는 듯하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는 소비침체,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오히려 소득이 감소하고, 기업은 지속가능성 상실이란 허망감이 커 실망하고 닻을 내린채 그냥 바다만 바라보는 형국이다.

그동안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기본 틀 속에서 경제발전을 추구했으나 각 개념간의 상충관계가 해소되지 못했고 어느 분야도 주도적인 중심축 역할을 하지 못해 불협화음은 아니라도 궤를 달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최저임금인상이나 주 52시간 근로시간 엄수 등을 시발점으로 통상임금의 산입범위를 놓고 그동안 갖고 있던 노사임금문제를 그대로 노출해 미래를 위한 협상이라기보다는 '이번에 못하면 끝장'이라는 투쟁일변도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27명 위원 중 14명만이 참석해 10.9% 인상한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 반쪽짜리 결정으로 소상공인들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저항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소상공인들이나 자영업자는 '눈뜨고 강도 당한다' 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피폐화 수준까지 이르렀다. 아르바이트를 활용해도 자영업주 소득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된다면 돈을 벌기 보다는 이제는 폐업을 언제 할 것인가가 관심사가 된 셈이다. 중소기업들도 수주물량을 확대해 사업번창을 꾀하기 보다는 기존 직원들의 관리에만 몰두하고 있다. 바뀌는 법률이나 지침을 숙지하지 못해 잘못하다가는 단속대상에 걸려 덤터기를 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안정된 중소기업이라도 생산확대 보다는 현상유지를, 영세한 중소기업은 숙련 대체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고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소비부진으로 미래예측이 불가능해 매각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1년동안 이러한 상황이 진행되었는데 일자리창출이란 말은 꺼낼 생각조차 못하고, 6개월 고용한파에도 현장에서의 부작용이 제도개선이나 시행오류라는 등 말장난만 오가고 있다. 금년 실업급여가 6조원으로 사상최대로 지급될 것이라는 보도에다 후년부터는 고용보험기금의 적자손실까지 걱정된다고 한다. 일자리창출에 대한 아이디어 운용이 중단되고 반기업정서에 얽매여 일자리를 만들어야 할 의무감을 상실하고 있는 기업의 활성화 묘책이 제시되지 않고 있음이 안타깝기만 하다.

일자리를 만들고 투자증대를 해야 할 기업들의 갑질의혹에만 파묻혀 언제까지 비난만 할 것인가? 이젠 대기업 스스로 직접 지배구조를 개선하면서 비즈니스도 성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규제나 관점차이가 얼마나 극복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지배구조 개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경영 안정성 확보이므로 이를 전제해야 변화를 유도할 수 있으나 한국기업은 혁신도 없고 투자도 이루어지지 않으며 외국투기자본에 휘둘리는 기형적이자 비정상적인 한국경제가 되었다. 대규모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인재양성이 필요하고, 협력업체 직원이나 비정규직의 직접고용 및 경영성과의 공유 , 그리고 청년층의 창업지원 생태계 변혁 등이 핵심과제이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안이 부결되고 노동자측은 1만원 관철을 주장하고 사용자측은 회의거부를 선언하는 등 반쪽짜리 결정의 파행은 향후 불안사회와 갈등을 초래할 단초를 제공한 셈이다. 동전의 양면같은 이 두 축을 어떻게 운용해 나아가느냐가 향후 경기활성화나 경제발전의 방향을 가늠하게 해 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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