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세계 시장은 갈수록 치열한 경쟁으로 치닫는데 반해 국내 기업들의 생산성은 약화되고 있어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공기업과 금융기관을 비롯한 대기업 근로자들은 미국이나 일본 같은 선진국보다 임금은 상대적으로 더 높지만 노동생산성은 그들에게 훨씬 뒤진다. 한국의 대표 자동차기업 현대자동차만 보더라도 미국 자동차회사의 생산성 대비 70%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세계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고, 기업의 지속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대기업 근로자의 생산성이 낮은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귀족노조의 학습된 태업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들은 생산성에 상응하는 임금을 받기보다는 대규모 노조원 수를 등에 업고 파업으로 회사를 위협하여 임금을 인상하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도 정치공학적인 입장에서 노조 눈치를 보느라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으로 전가된다는 점이 큰 문제이다.

실제로 많은 중소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임금은 10년 동안 그 자리다. 그 이유는 우선, 대기업 근로자들이 그들의 임금인상을 위해 협력업체 임금인상의 근거가 되는 납품가 인상을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노조의 무차별적 파업을 학습한 기업이 공장을 최대한 첨단화하여 인력채용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가 노사 합의로 성과평가 제도를 선진화하는 것이다.

성과평가의 선진화는 노조 집행부에게도 노조운영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 귀족노조가 지지하는 연공 중심의 순수호봉제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령 인력의 임금을 천정부지로 높이는 효과가 있어 기업과 노조 모두에게 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노령 인력이 고임금을 받는 것을 목격한 유능한 젊은 인재들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태함으로써 조직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이것은 노조에게도 큰 부담이다.

그런데 1997년 IMF 구제금융사건을 불러온 순수호봉제와 정년보장제가 무덤에서 다시 부활하고 있다. 이 망령이 결국에는 기업을 결딴내고 나라를 쇠퇴하게 만들 것은 뻔한 일이다. 귀족노조의 유능한 집행부도 이런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노령 노조원들의 압력에 굴복하여 눈을 감고 있다. 작금의 이런 부조리한 상황은 앞으로 젊은 근로자들에게는 재앙으로 닥쳐올 것이다. 그들이 노령이 되면 회사의 재정상태가 어려워지고 그 결과 선임자들이 받던 만큼의 임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성과평가제의 도입은 노조가 그들의 생존기반인 기업도 살리면서 조직 쇠퇴의 원인이라는 사회적 지탄을 완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조직 안에서 공정한 직급상승을 위해 노조원끼리 경쟁하도록 만듦으로써 조직의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 잘 설계된 성과평가제도는 사람들의 행동을 생산적이 되도록 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평가의 선진화에 몰두한다. 성과평가제를 선진화 하는 것은 앞으로 노사 모두가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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