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우리 사회에서 공무원은 젊은이들의 꿈이 되었다. 그래서 우수한 젊은이들이 공직사회로 많이 몰려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공직사회는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고 있다. 뛰어난 젊은이들이 공직사회에 진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초록동색으로 관행에 깊이 동화되어 포섭되고 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안타깝다.

특히 각종 비리와 무사안일 풍조가 여전히 만연하고 있어 정부가 아무리 목청껏 개혁을 외쳐도 진정성 있게 다가가지 못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의 요인이 있다고 본다. 정부의 의지는 번번이 관료 세력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 좌초되었고, 국민과 직접 접촉하는 말단 관료조직에는 구시대적 관행이 강력하게 온존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새로운 시대정신에 부합하도록 정돈하고 개혁해내지 못한다면, 새 정부가 지향하는 개혁은 결국 그 빛이 바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장안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이 실례고 이 사건만도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이 직장은 지난 3월에 1천여명의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서 8%에 달하는 108명의 부인, 자녀, 며느리, 부모 등 가족이나 친인척을 고용세습 시켜 말썽이다.

이 사건이 터지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일 분노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도대체 공기업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야 한다. 감사원 감사, 검찰수사 등의 과정을 거쳐 진실을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이런 공직 사회의 의혹들은 비록 서울교통공사에만 있을까? ​공기업 전체에 대한 전수 조사가 불가피한 현실이다.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기에 눈덩이처럼 커진 의혹을 어떤 방식으로든 실태를 파악해 법적 조치를 밟도록 해야 한다.

이런 고용세습은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고, 젊은이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행위나 다름이 없다. 명절에도 고향에도 못 가고 도서관이나 독서실에서 외롭게 입사시험 준비를 하는 청년들을 생각하면 고개를 들 수 없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고용세습의 뿌리를 뽑아야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절차와 제도에 결함이 있는지도 파악해서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이런 일들이 지속된다면 어떻게 공정경제, 공정사회가 가능하겠는가?

직장을 구하지 못한 채 거리를 배회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너무 낯선 얘기이며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직원들의 자녀와 형제 등 친인척들이 전문성에 관계없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다니 구직생들이 허탈감에 빠질수 밖에 없다. 새로운 형태의 고용세습이며, 약탈 행위다. 젊은이들의 취업 문제는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몇 년째 입사원서를 들고 직장을 구하기 위해 쫓아다니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이런 때일수록 고용 문제는 공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직원들끼리 나눠 먹듯이 처리한다면 ‘노동적폐’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부모 재산과 배경없는 청년들이 쪽방에서 밤샘 공부해 실력을 갖춰도 갈 곳이 없는 현실에서, 고용세습 비리는 이들에게 가슴에 못을 박는 파렴치한 짓이다. 이번 일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에 만연한 채용 비리 중 빙산의 일각일 수 있어 전수조사를 통해 또 다른 적폐는 없는지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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