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가동했지만 접점 못찾고 대립
'자사고 등'vs '미래형 학교'
개념에서부터 입장차 너무커
성과 나오기전 해제 우려도

[충청일보 김홍민기자]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명문고 육성을 논의하는 전담반(태스크포스, TF)을 가동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시종 지사가 교육부에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설립을 건의하고, 충북도가 특정 대학 진학률을 조사하자 김병우 교육감이 '비교육적 호기심'이라고 정면 반박하는 등 갈등마저 불거졌다.

양 기관은 전담반을 가동했지만, 명문고의 개념에서부터 입장차가 너무 커 성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3일 충북도에 따르면 충북도와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초·중·고·특수학교 무상급식 경비를 합의하면서 '명문고 육성을 포함한 다양한 미래형 학교모델을 창출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충북도는 '명문고 육성'에, 도교육청은 '다양한 미래형 학교모델 창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자사고 설립이 필요하다는 도의 입장과 달리 도교육청은 과학고나 외국어고를 통한 특화된 인재 육성과 지역균형 선발 제도를 토대로 한 일반고 활성화가 급선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도와 도교육청이 얼굴을 맞댄다고 해서 지난달 7일 가동한 '지역 미래인재 육성 TF'에서 성과가 나오기는커녕 그 이전에 TF가 해체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도 관계자는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TF 정기회의는 오는 6월로 예정돼 있지만, 안건이 생긴다면 대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명문고를 설립해야 한다는 이 지사의 의지는 지역 발전을 이끌 인재가 다른 시·도에 비해 적다는 불만에서 비롯됐다.

정부 예산을 확보하려고 청와대나 중앙 부처를 방문해도 충북 출신 공직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지사는 지난달 14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만나 이런 점을 설명한 뒤 자사고 설립 허용을 요청했다.
2009년 이후 자사고가 전국적으로 43개교 설립됐는데 충북에는 1곳도 없는 실정이다. 다만 이것이 어렵다면 전국 모집이 가능한 자율학교 2∼3개 설립을 인가해 주거나 도내 공공기관 등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 주소지를 충북으로 옮기지 않고도 도내 고교에 자녀를 입학시킬 수 있는 특례를 부여해 달라고 건의했다.

충북도가 자사고 등 명문고 설립 논리를 마련하기 위해 도내 고교생들의 올해 서울대 진학률 조사에 나서자 김 교육감이 발끈하고 나섰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특정 대학 진학) 통계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30∼40년 전의 시각으로 우리 교육을 보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지사를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도내 고교생들의 명문대 진학률은 감소 추세다. 지난 2006년 109명이었던 충북 출신 서울대 등록자는 109명이었으나 지난해는 불과 52명으로 반 토막 났다.

지난해 도내 고교의 수능 1~2등급 비율이 전국 17개 시·도 중 14위 수준이고,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 카이스트 등록자도 인원으로만 따지면 전국 15위에 불과하다.

충북에 명문고가 없다는 이유로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도내 입주 공공기관·연구소 직원들도 많다는 게 충북도의 설명이다.

청주 오송에서 살다가 세종시로 이사한 주민이 최근 4년간 4319명에 달하는데, 거주지 이전 이유가 자녀들을 세종시 영재고·국제고에 입학시키겠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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