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문화도시 청주! 우리는 이 도시를 ‘문화도시’라 부른다. 정부는 ‘지역문화진흥법(2014년 신설)’을 근거로 창의적이며 지속가능한 지역 발전 전략의 하나로 2018년부터 문화도시 지정사업을 시행하였다. 청주시는 제1차 선정된 7개 도시 중 하나다.

이 사업은 지역사회 주도의 지역 공동체 활성화, 지역 고유의 문화가치 증진을 통한 지역 균형 발전, 문화의 창의성을 활용한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 구축, 그리고 문화적 도시재생과 접목한 사회혁신 제고를 추구한다. 즉, 문화를 통한 사회 통합과 행복, 정치, 경제적 성장까지 모두를 포함하는 종합 도시 발전 모델이다. 이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번 칼럼부터는 그 가능성을 짚어 본다.

1980년대에 들어선 일본 사회.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휩쓸었고, 세계 경제 대국이 되었다. 히타치, 미쓰비시, 도시바, 후지쓰, 코닥, 캐논, 소니, 혼다 등 세계 50대 기업에 일본 기업은 30여 개에 달했다. 스미모토은행, 다이치칸교은행, 노무라증권, 산와은행 등 세계 최대 큰손이 일본 금융회사들이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도, 스스로 계속 성장할 것이라 확신했던 일본은 저금리 정책을 폈다. 그러나 저금리에 취한 노동시장을 간과했다. 놀기 바빠 생산과 기술이 전과 달랐고, 결국 ‘버블붕괴’로 불리는 경제 위기를 맞게 됐다.

일본 최고의 노무라종합연구소는 1990년에 일본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경제 모델을 제시한다. 그들은 서방세계에서 독특함으로 인기를 끌던 기모노, 닌자, 사무라이 같은 전통문화, 건담, 마징가 Z나 영화 고질라, 가라오케 같은 대중문화의 경제적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리고 ‘낙미애진(樂美愛眞)’이라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즐거움, 아름다움, 사랑 같은 인간의 문화가 진리 즉 과학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경제 가치를 창조해낸다는 모델이다. 이미 인간의 상상력은 만들 수 있는 것을 다 생각했고, 기존의 것들을 조합해 최적의 경제 가치를 생산한다는 개념이다. 융·복합 경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990년대 초 주식시장과 부동산폭락, 골프장, 호텔, 리조트 연쇄 도산 등 경제가 최악 상황에 이르자, 일본은 결국 문화산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일본 젊은 세대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한 대중문화는 J-pop이라는 경쟁력 강한 상품을 만들어 냈고, 세계 문화 시장을 공략했다. 결국 2001년에 우리 정부의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합쳐진 형태인 ‘문부과학성’으로 행정 조직을 개편했고, 문화산업을 지속 육성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미국의 ‘IT 중심 융복합’을 도입해 2014년에 받아들인 ‘창조경제’ 정책의 시초다.

코로나 직후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지원금 정책에 익숙해 일하기를 기피하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시장 구조 자체가 흔들렸다. 지난 20여 년간 대중문화 성장으로 K-pop은 국제무대에서도 이제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세계 경제 대국으로 올라선 대한민국이기에 놀기 좋은 토양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문화산업 진흥정책 시점의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 그런 대한민국에서 청주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문화산업 육성 조건 또한 가장 우수한 도시 중 하나다. 청주는 국가 문화산업 발전의 중추 도시로서 대한민국의 미래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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