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칼럼] 김헌일 청주대 생활체육학과 교수

일본이 주목한 문화산업의 경쟁력 포인트 중 하나는 독특한 동양 문화에 흠뻑 젖은 서구사회였다. ‘닌자’만으로도 열광했다. 독특함이 국가경쟁력임을 지금껏 증명하고 있다. 심지어 금기시하는 성(性) 문화마저 무지막지하게 경제 가치화하는 아찔한 일본이다.

일본의 문화산업 전략 ‘낙미애진(樂美愛眞)’을 영어식 ‘Creative Economy’이라는 표현으로 다듬은 것은 1994년 호주의 ‘Creative Nation’이라는 보고서에서부터다. 호주는 일본의 문화산업 전략화 모델 중 ‘독특함’에 집중했다.

기후가 반대인 지구의 남반구, 외딴섬 대륙, 그래서 독특한 자연환경의 경제적 가치에 초점을 맞추었다. 코알라, 캥거루 이름만 들어도 독특함이 묻어났고, 원주민의 따스한 미소는 세계를 폴리네시안 문화로 이끌었다. 호주는 1990년대 중반부터 창조경제 문화산업을 핵심 육성 산업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일본과 호주는 독특함만으로 승부 걸지 않았다. 그들 전략의 바탕은 소비자가 원하는 대중적 확장성이었다. 최근 한류 문화를 성공시킨 기생충, 오징어게임, BTS, 블랙핑크 등의 공통점은 영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정상이 되기 위한 대중적 전략이다.

문화도시를 내세운 청주시는 심벌마크부터 ‘소로리 볍씨’와 ‘직지’까지 문화적 독특함과 최고(古)를 추구했다. 하지만 내국인은 물론 청주 시민조차 실체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0년대 초반에 이미 예술 인재가 풍부한 청주를 문화산업 성장의 중요 거점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청주는 이를 산업화하는 데 지금껏 아쉽다.

시설, 교육기관 같은 인프라의 절대 부족함도 있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늘 ‘홍보 부족’같은 단편적 원인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함에 있다. 민·관 모두 정책적 한계가 드러난다. 청주 거버넌스 조직도 몫을 다하지 못했다. 사실 중요 원인 중 하나인 ‘철저한 공급자 중심’을 애써 외면한 듯하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대중화하고, 이를 시험 삼아 더 큰 무대로 뻗어갈 수 있지만, 여전히 대중과 거리가 있다.

2022년 한국관광공사가 미국인을 상대로 한류 조사를 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무엇인가?’의 결과가 흥미롭다. 1위는 불고기도, 비빔밥도 아닌 ‘라면’이었다. 공급자인 우리의 생각과 달랐다. 그들은 중국과 일본을 거친 ‘한국식 라면’을 가장 좋아했다. 그 이유는 대중성이었다. 미국 대형마트 어디서나 싸게 구할 수 있는 라면은 단지 불고기 비빔밥보다 먹기 쉬운 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청주가, 인구 5만 수준의 도시라면, 소로리 볍씨를 핵심 자원으로 육성할 만하다. 그러나 인구 85만, 반도체, 바이오, 화학 등의 첨단 미래도시에는 부족하다. 직지는 물론 더 다양하고, 풍성한 문화자원을 개발, 육성해야 한다. 독특함과 대중성을 모두 갖출 무엇인가의 경쟁력 있는 문화 상품을 쉴새 없이 생산해야 함이 청주의 미래다.

그러나 우리 문화 생산자들에게는 한계가 있다. ‘배타적’ 성향이다. 특히 청주는 유별난 느낌이다. 상호 발전을 위한 ‘경쟁’보다는 ‘비난’과 ‘깎아내림’이 있다. 창조경제 융·복합의 시작은 서로를 ‘존중’하고 수용함에서 시작한다. 청주가 문화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 함이 우선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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