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대망론' 반기문 방한

김종필 전 총리 자택서 30분간 '비밀 면담'
어제는 경북 안동서 핵심 정치인들과 회동
"대선 염두 민심 의식한 계산된 일정" 분석

 

[서울=충청일보 이득수기자] 지난 25일 대선 출마의지를 시사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8일 오전엔 김종필 전 총리를 예방과 고건·노신영·이현재·한승수 전 총리와의 만찬을 함께 하며 대선행보 준비태세를 다져나갔다.

29일엔 경북 안동 하회마을을 방문해 이 지역 핵심 정치인들과 회동해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반 총장은 26일 일본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27일 다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해 방한 일정을 이어갔다. 반 총장은 28일 오전 서울 신당동 김 전 총리의 자택을 전격 방문해 배석자 없이 30분 동안 면담했다. 면담 내용에 대해서는 "비밀만 얘기했다"고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히고 JP의 조언을 구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날 낮에 모친을 비롯해 가족들과 만나고 건강검진을 받는 등 비공개 개인 일정을 소화한 반 총장은 저녁에 외무부 장관을 지낸 노신영·한승수 전 총리, 고건·이현재 전 총리와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한 전 총리는 유엔총회 의장 시절 반 총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만찬에서도 외교관 선배이자 정치인인 전직 총리들로부터 대선 출마를 놓고 의견을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날인 29일엔 유엔 산하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경북 하회마을을 방문해 기념식수를 하고, 임진왜란 때 조선을 이끌어나간 징비록의 저자 서애 유성룡 선생의 고택에서 김관용 경북도지사, 오준 주 유엔대사, 권영세 안동시장 등과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지역 출신인 새누리당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서애 선생 고택 방문은 국란 극복의 리더십을 계승한다는 이미지를 연출했다는 평을 받았다.

정치권에선 반 총장이 미묘한 시기에 새누리당의 지지 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 사실 자체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은 4·13 총선에서 참패함으로써 차기 대선 주자로 꼽히던 유력 후보들이 몰락, 구심점을 잃고 심각한 분열 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반 총장이 여당의 주요 근거지를 방문한 것은 '충청권+TK' 연합이라는 강력한 세력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1년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염두에 두고 이 지역 주민들에 대한 친밀감을 보여주려는 계산된 일정이라는 분석이다. 반 총장은 하회마을 방문을 마치고 경주로 이동해 유엔 공보국과 한동대 등이 주관하는 '유엔 NGO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이날 만찬에는 경북 포항 출신인 김정재(포항 북) 새누리당 원내대변인도 자리를 함께 해 새누리당과의 접촉면을 확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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