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공익신고자 인터뷰

"충북엔 전문학원도 없고 
포상금 예산도 적은 편
작업 대상도 많지 않아 

학원들, 경험도 없으면서
장비만 비싸게 팔아먹어
초보자들 위험부담 크다"

[충청일보 송근섭기자]"전문가도 어려운걸 60~70대 초보자들이 어떻게 하겠어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각종 탈·불법행위를 고발하거나 감독기관에 신고하고 전문적으로 포상금을 받는 사람들을 흔히 '파파라치'라고 부른다. 당사자들은 '공익신고자'라고 표현해주길 원한다. 그들의 활동이 공익에 보탬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면서 이른바 '란파라치'라는 종목도 등장했다. 이를 놓고 '대박 아이템' 혹은 '말만 그럴듯한 사기'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실제 공익신고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충북에서 전업 공익신고 활동을 하고 있는 A씨(36)에게 공익신고자의 세계와 란파라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A씨는 3년째 충북을 비롯한 전국을 돌며 공익신고 활동을 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 등으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한 다음 세부 지역·대상을 선정하고 '작업(공익신고 활동)'을 다닌다. 그는 독학으로 일을 배웠고, 일이 잘 풀릴 때는 한 달에 천만 원 단위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직장인은 엄두도 내지 못할 수익 때문에 혹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위험부 담이 많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소위 말하는 파파라치 학원이나 '팀 작업(2명 이상이 공익신고 활동을 함께 하는 것)'에서는 정작 중요한 것은 가르쳐 주지 않고 필요한 일만 시키는 게 대부분"이라며 "워낙 특수한 일이고, 작업 자체가 전부 돈이랑 연결되다보니 자기 종목은 거의 공개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생겨난 란파라치와 이를 가르치는 학원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는 "취지는 좋지만 대상 선정부터 작업 환경, 작업비까지 부담은 많은데 실제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란파라치 학원도 법이 시행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종목을 팔아먹느냐. 본인들도 해보지 않고 여기저기서 끌어 모은 정보로 유추해서 강의를 하고, 장비만 비싸게 팔아먹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끼리 얘기로 작업 난이도를 '상·중·하'로 따졌을 때 초보자들은 '하' 난이도도 긴장돼서 소화를 잘 못한다"며 "근데 란파라치처럼 '상' 난이도 작업을 초보들, 그것도 60~70대에게 권한다는 것 자체가 학원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A씨의 말대로 란파라치는 피신고자의 신상정보와 법 위반행위 일시·장소·내용, 증거자료 등을 서면으로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소화하기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장년층을 비롯해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수익'이라는 말에만 솔깃해 란파라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각종 부작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는 "정말 고수익이 보장되고 좋은 종목이 있으면 본인들만 하지 왜 많은 사람에게 돈을 주고 팔겠느냐"며 "무작정 학원을 찾기보다는 최소한 인터넷으로 어떤 일이고 어떤 위험이 있는지부터 파악하고 간단한 종목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고 강조했다.

충북은 란파라치를 비롯한 공익신고 활동이 더욱 어렵다는 생각도 밝혔다.

A씨는 "충북에는 전업 공익신고자도 많지 않고, 전문학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포상금 예산 책정도 적은 편이고, 작업할 대상자나 꺼리도 많지 않아 좋은 환경은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공익신고 활동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선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놨다.

A씨는 "파파라치라고 불리면서 비판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많지만, 우리 활동으로 사회가 조금씩 변하는 것도 있다"며 "국가에서 '위법행위를 발견해서 신고하면 이런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인데 너무 안 좋은 시선으로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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