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때아닌 장대비 내렸던 연휴기간 25명 영면
오늘 박한주·박재용 목사 등 3명 영결식도

[제천=충청일보 박장규기자]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희생자 29명 가운데 25명이 성탄절 연휴기간 동안 가족과 친지, 국민들의 애도 속에 영면에 들었다. <관련기사 2·3면>

슬픔에 잠긴 제천 하늘에서 때아닌 장대비가 온종일 쏟아져 내린 지난 24일, 19명의 희생자들이 추모객들의 애도 속에 이승과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제천서울병원 장례식장에선 친정어머니 김현중씨(80)와 경기 용인에 사는 딸 민윤정씨(49), 손녀 김지성 양(18) 등 3대를 한꺼번에 떠나보내는 가족과 친지, 지인들의 억장이 무너졌다.

더 흘릴 눈물도 없을 듯했지만 3개의 관이 한꺼번에 나오는 순간, 유족들의 얼굴은 금새 눈물범벅이 됐다. 단란했던 3대는 지난 21일 점심을 먹고 오랜만에 함께 목욕탕을 찾았다가 비극을 맞았다. 

올해 대입 수능시험을 본 김양은 장학생으로 서울의 모 대학 입학이 확정됐으나 그토록 원하던 대학에 발도 들이지 못한 채 꽃 같은 나이에 생을 마감,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김양의 친구 A양(18)은 "지성이는 성격도 좋고, 노래도 잘해서 주위에 친구가 많았다"며 "작가의 꿈을 이루려고 원하던 국문과에 합격했는데 너무 허망하게 이렇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안치실에서 3개의 관이 나오자 김양의 아버지는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에 목놓아 울다 결국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앞서 이날 오전 7시 제천 보궁장례식장에선 민양과 동갑내기인 김다애양(18)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김양 역시 4년 장학생으로 '인 서울'에 성공해 내년에 대학 새내기가 될 예정이었다.

김양은 이날 스포츠센터 매점에서 아르바이트생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면접 보러 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부모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나자마자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 나선 효녀였다. 

입버릇처럼 "봉사를 위해 태어났다"며 이웃을 위해 헌신한 '봉사천사' 정송월씨(51·여)도 이날 가족의 곁을 떠났다. 지난 8년간 봉사단체에서 장애인을 위한 배식 봉사를 하는 등 남을 위한 나눔의 삶을 살아 온 그였다.

정씨와 함께 봉사단체 활동을 해온 한 지인은 "항상 밝은 모습으로 지역을 위해 봉사를 몸소 실천한 훌륭한 분이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성탄절인 25일에는 10년가량 사고 현장 인근 고교에서 조리사로 일해오며 억척스럽게 가족을 건사한 최순정씨(49) 등 5명의 영결식이 이어졌다.

최씨는 지난 21일 일을 마치고 이 건물 내 헬스장을 찾았다가 화를 당했다.

최씨는 다음 달 남편, 두 자녀와 함께 베트남을 다녀올 여행 계획을 세워둔 차여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앞서 지난 23일에는 희생자 가운데 처음으로 장경자씨(64)의 발인식이 치러졌고, 26일에는 박한주·박재용 목사 등 3명의 영결식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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