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충청일보 박장규기자] 20명의 목숨을 앗아가 가장 큰 피해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2층 여성 사우나가 안전규정을 대부분 지키지 않았던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지난 21일 오후 3시 53분쯤 건물 1층에서 불이 나자 2층 사우나에 화재비상벨이 울렸다.

그러나 비상벨 시설이 없는 탕 내에 있던 사람들은 이 소리를 듣지 못했고, 검은 연기가 삽시간에 2층 사우나로 스며들면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암흑으로 뒤덮였다.

우왕좌왕하던 사람들은 평소 드나들던 출입문을 어렵게 찾아냈으나 탈출하는 데 실패했다. 평소에도 이 문을 여는 것이 쉽지 않았다. 

버튼식으로 된 자동문은 손톱만한 크기의 붉은 색을 정확하게 누르지 않으면 열리지 않았다.
지난달 출입문 버튼식 자동문이 고장나 문이 작동되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유독 가스로 숨이 턱턱 막혀왔지만, 비상구라도 찾았더라면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평소 이곳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도 비상구의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

목욕 바구니로 가득찬 선반들이 비상구를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비상구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더욱이 화재 당시 이 사우나에는 건물 구조를 제대로 아는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이곳에는 세신사와 매점 업주 등 3∼4명이 근무했으나 인력이 줄어 얼마 전부터 세신사 1명만 있었다.

세신사는 불이 나자마자 이곳을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통유리를 깨고 탈출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유족 A씨(59)는 “숨진 아내의 시신을 확인해 보니 지문이 사라져 있었다. 사우나 안에서 유리창을 깨려고 애를 쓰면서 손이 심하게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이뤄진 소방 안전점검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당시 소방 안전점검 전문업체가 실시한 안전점검 때 업체 직원들은 2층이 여성 사우나인 탓에 내부를 점검하지 못한 채 직원들 얘기만 듣는 데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점검이 제대로 이뤄져 비상구의 불법 구조물 설치 등을 확인, 시정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한 유족은 “2층 사우나는 마치 안전불감증을 보여주는 종합세트 같다”며 “화재에 대비할 수 있는 많은 시설과 장치 가운데 제대로 된 것이 어쩌면 이렇게 하나도 없느냐”고 울분을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