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끝내 사퇴하고 말았지만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석상에서 여당의 모 의원이 했다는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내용인즉슨 "검사 생활 24년에 모아놓은 재산이 '(겨우) 14억' 밖에 되지 않는다니 매우 청렴한 사람임에 틀림없다"라고 했다는 허무개그 성 발언. 장마에, 더위에 그렇잖아도 불쾌지수가 범람하는 이 때, 누구 복장 터져 죽는 꼴을 보고 싶어서 그러는지 정말 해도 해도 너무들 한다. 하기야 어느 라디오 뉴스를 듣다보니 서울의 집값이 웬만한 지방에 비해 열배 정도는 비싸다고 하던데, 그렇게 생각하면 그깟(?) 14억
아침의 단상
김홍성
2009.07.16 20:22
-
문화는 언제든지 경제와 함께 자라나는 생명체와도 같다. 솔직히, 경제가 어려우면 문화에 신경 쓸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 막말로 '먹고 살기도 힘든데 무슨…'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어려운 생활 속에서 문화는 싹트고 또 이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궁핍의 문화사이지, 찬란한 문화를 싹틔우기는 어렵다.음악, 미술, 문학을 비롯한 모든 예술과 건축 등의 문화는 경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다. 국가의 경제가 어려워지면 문화 쪽의 지원이나 운영이 제일 먼저 긴축된다. 당장에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침의 단상
이재인
2009.07.09 20:54
-
들꽃으로 대접은 고사하고/ 툭툭 분질러 내동댕이 친 고아/ 누구 하나 눈길 주지 않아도/ 곧게만 자라 오르는 지조/ 누구 하나 손길 주지 않아도/ 가지마다 꽃피우는 재주/ 흙바람 날리고 빗물에 누워도/ 밭머리 지키려 감당하는 설움/ 개량종 쯤 꿈꿀 수 있으련만/ 붙박이 잔뿌리로/ 눈꽃을 붓질하고 있다. / 필자의 시 '망초꽃 일기'의 전문이다. 이런저런 애환을 버무려 흩뿌려진 꽃, 개망초가 장마철 천둥소리 조명에 얹혀 논둑 밭둑의 눈시린 주인공으로 계절을 만끽한다. 인기와 자리에 전혀 무관한 사람들까지 무차별 학위와 출신교 조작이란
아침의 단상
오병익
2009.07.02 20:10
-
신록의 계절 숲속의 온갖 수목들이 저마다의 빛과 향을 품고 단양의 아침을 녹색 의 향연으로 초대한다. 헤나와 나르드향, 사프란 향초와 육계향, 몰약과 침향 우주의 사계절은 저마다 향을 실어 시나브로 날린다.향과 향유를 느낄 수 있는 것은 후각만이 아니라 본다. 아름다운 경치나 사람들의 오순도순 정겨운 모습은 시각을 통한 향기일 것이고, 감미로운 음악과 사랑스런 목소리는 청각을 타고 온 향기일 것이다. 감칠맛 나는 상큼한 봄나물 한 젓가락에 전해오는 미각의 향연! 보드라운 솜털 같은 연인의 피부를 만져본 때의 촉감 또한 향기를 뿜는다
아침의 단상
정가흥
2009.06.25 16:01
-
그 애를 만나러 가는 길은 사뭇 가슴이 두근거렸다.'만난 지가 벌써 4개월이 지났는데, 날 잊어버리진 않았을까? 아이들은 안 보면 금방 잊어버리던데….'그러면서 내 머릿속은 온통 그 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그 애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9월이었다.그 때 난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찾아가는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었다. 그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정을 방문하여 아이와 엄마에게 우리문화를 알려주는 책을 읽어주고 한글을 가르치는 일이었다.엄마가 일본인이었던 그 애는 처음 만났을 때, 날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
아침의 단상
김송순
2009.06.18 16:21
-
엊그제는 내가 경영하고 있는 '한국인장박물관'에서 '한국전각가 초청 인장 전시회'가 있었다. 인장을 출품한 사람들은 모두 서울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박물관에 당도해서, '이 산골에 웬 박물관이냐'며 매우 신기하게 여겼다. 특히 이런 산촌에서 정부지원이나 지방정부의 크나큰 도움이 없이 일년에 두 서너 차례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말에 혀를 내둘렀다.사실 필자나 한국의 사립박물관 운영자들이 누구의 칭찬이나 보조금을 받기 위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건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 때문에 사재가 더 들어가고, 골머리를 썩히며, 분골쇄
아침의 단상
이재인
2009.06.11 16:37
-
반공영화가 오면 /꼭, 단체로 관람했던 60년 대 /극장이 떠나가라 퍼붓던 박수와 눈물 범벅 /나중, 개미떼 같은 적군이 다 나자빠지고 /남은 총알 하나, 수류탄 한방 쯤 /기대 때문이다. /모두 개선 장군처럼 얼굴피어 돌아오면 /그 빛깔에 취해 깨고 싶지 않던 시간 /늦도록 침 튀기며 신나던 밤. /유월은 아직 떠도는 사람들의 섬 같은 /'상영 중' 필름을 안고 있다. /하산하는 등 뒤에 비친 노을처럼 /가파른 능선 위 실제 상황으로 풀어야 할 군화소리까지......./필자의 시 '유월 상영 중'의 전문이다. 신혼 두달여 만에 전
아침의 단상
오병익
2009.06.04 16:45
-
삼라만상의 모든 생물은 인류의 손에 길들여 왔는데 신체 가운데 좀처럼 보이지 않는 세치의 혀는 몸 전체와 온 정신을 휘두를 수 있는 위력을 갖추고 있어 길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 곳에서는 단물과 쓴물이 솟아날 뿐 아니라 축하와 저주가 함께 공존한다.혀를 통한 말의 예절은 몸의 예절보다 윗자리에 있으며 말에도 온도가 있어 따뜻한 말은 감동을 주고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필자는 교단에서 말과 함께 한 평생을 살아온 만큼 생각할 것이 많은 셈이다. 지식의 말은 했으되 지혜의 말은 전하지 못했고, 권위의 말은 했으되
아침의 단상
정가흥
2009.05.28 15:49
-
가까운 일본에는 3500여 개의 박물관이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496여 개의 박물관이 있다.숫자가 모든 것을 전부 말해주지는 않지만 그 만큼 박물관이 그들 생활 깊숙이 파고 들어 있다는 또 다른 증좌인 것은 분명하다. 일본이 이처럼 박물관 숫자가 우리의 열배 가까이 많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작은 규모의 박물관, 작은 테마박물관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우리나라의 경우는 국·공립 합해서 100여 개 정도의 박물관이 있다. 모두가 규모가 크고, 그로 인해 관리 인원과 보수·유지에 드는 비용이 사립박물관보다 수 백배의 비
아침의 단상
이재인
2009.05.14 19:21
-
꽃씨들이 땅속에서/ 싹을 밀어 올리는 소리/ "영차 영차"/ 힘들어 빨개진 얼굴/ 환한 봄꽃 되어 핀다고 했지./ 그래 운동회 날 /편 모으는 소리도 /"영차 영차"로 한 거야./ 눈감고 있어도 꽃 대궁 키우는 노래 / "영차 영차"/ 힘들어 엎지른 초록물감/ 햇살받은 하늘 그린다 했지./ 한 뼘 뒷축들고 뽐낸 소리/ 땀으로 범벅된 채 설렘을 젓는다./ 동네 빈터에서 자치기, 공기놀이, 똥침놓기 재미있지/ 해가지면 어떠니/ 하얀 깡통차기하면 되지/ 달이 구르는 것 같아/ 어둡지도 않단다./ 그게 바로 동심이란 거야./ 얘
아침의 단상
오병익
2009.05.07 19:30
-
한 사람의 현재는 그 스스로 선택하고 키워 온 생각의 결과이다.사람마다 각자 자신이 다니는 길이 있다. 같은 길이라도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방향이 각기 다르다. 생각의 길도 마찬가지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사고방식이다. 부정적이고 소극적인 면으로 굳어진 사람은 확실한 기회가 찾아올 때도 불확실과 불투명만을 바라본다. 반대로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은 어떤 시련의 때에도 확신과 희망에 찬 기회를 엿본다.윈스턴 처칠의 말처럼 '비관론자는 매번 기회가 찾아와도 고난을 보고, 낙관론자는 매번 고난이 찾아와도 기회를 본다.'는 명언과도 일맥
아침의 단상
정가흥
2009.04.30 19:11
-
우리 동네에는 꽃집이 하나있는데, 그 집 앞에 늘어 서있는 화분 안에는 늘예쁜 관엽초와 여러 가지 모양의 꽃들이 담겨져 있다.꽃집에 있는 꽃이야 모두 예쁘겠지만, 요즘 볼 수 있는 꿩의바람꽃. 금낭화, 매발톱꽃, 마아가렛 등 봄꽃들이 유달리 더 예뻐 보이는 건 긴 겨울 속에서 그리도 기다렸던 봄이었기 때문이리라. 요즘 난 외출에서 돌아올 때면 꼭 꽃집에 들러 한참을 머뭇거리곤 한다.생각 같아선 모두를 우리 집에 데려오고 싶었지만, 그건 무리한 욕심인 것 같아 한 포기만 데려오기로 마음먹었는데, 그건 앵초이다.이름이 예뻐서일까? 흐드
아침의 단상
김송순
2009.04.23 19:26
-
추운 겨울이 어느 덧 지나가고 풀꽃향기 그윽한 봄이 찾아 왔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선남선녀들의 결혼소식으로 많은 주변인들을 기쁘게 한다. 결혼은 한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한 가족을 떠나 배우자와 더불어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게 되는 과정으로 제 2의 탄생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결혼을 통해 인간은 사회적 역할과 지위를 획득하고 나아가 가족 내외적으로 인간관계를 확대하게 된다. 또한 결혼은 인간을 요구와 의무의 균형 속에서 책임감 있는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며, 이를 통해 하나의 성숙한 인격체로 완성된다고 할 수
아침의 단상
김동준
2009.04.16 19:58
-
얼마 전 동아시아 지역의 박물관 문화를 살피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한국 박물관 탐방객을 맞은 몇몇 나라의 전문 연구자들은 이제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이미 어느 정도는 브랜드화 되어 국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므로 더욱 꼼꼼하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관심어린 충고를 들었다.그런데 우리나라 중앙정부산하의 국립박물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시립박물관들은 사실상 웅장한 건물에 비해 그 콘텐츠가 다채롭고 풍부하지 못하다는 지적을 늘 받아왔다. 이른바 혈세가 소비되고 있는 것이다. ■ 비전문 분야의 공무원 배치게다가 박물관·미술관과 연
아침의 단상
이재인
2009.04.16 19:57
-
간밤에 비 내렸다 /차분히 움츠렸던 나뭇가지 주름살 펴고 / 비닐하우스 밖 꽃잎도 몸꼴 불린다 / 색깔먹는 나무 기지개로 꿈꾸며/ 간밤 내린 약비에 계절 커가는 소리/ 영락없이 하늘은 세상의 엄마/필자의 동시'간밤의 약비' 전문이다. 가뭄의 벼랑이 보이는듯 그렇게도 물구경하기가 어렵더니 단비가 촉촉히 내렸다. 만나는 사람마다 물에 대한 찬미와 하늘에 감사하는 모습이 농사 한 되지기 없는 나로서도 빗소리가 좋은 음악보다도 낫게 들렸다.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케케묵은 쟁기를 찾아내어 보습을 닦으며 박꽃처럼 환하게 웃을 시골 큰형님 생각과
아침의 단상
오병익
2009.04.09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