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병익
청주교육청 초등교육과장

간밤에 비 내렸다 /차분히 움츠렸던 나뭇가지 주름살 펴고 / 비닐하우스 밖 꽃잎도 몸꼴 불린다 / 색깔먹는 나무 기지개로 꿈꾸며/ 간밤 내린 약비에 계절 커가는 소리/ 영락없이 하늘은 세상의 엄마/필자의 동시'간밤의 약비' 전문이다. 가뭄의 벼랑이 보이는듯 그렇게도 물구경하기가어렵더니 단비가 촉촉히 내렸다. 만나는 사람마다 물에 대한 찬미와 하늘에 감사하는 모습이 농사 한 되지기 없는 나로서도 빗소리가 좋은 음악보다도 낫게 들렸다.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케케묵은 쟁기를 찾아내어 보습을 닦으며 박꽃처럼 환하게 웃을 시골 큰형님 생각과 순수하고 맑은 영혼처럼 제법 음률까지 품어 달릴 고향의 시냇물에 그리움 가득 돋는다. 개천을 잡아끌고 물길의 기억과 상처 그리움까지 담아내는 넉넉한 구도.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아이들 마음보다 깨끗한 물은 없다. 끊임없이 솟아난 동심의 샘물로 흘러 세상을 채우는 교량은 무엇일까? '세살버릇 여든간다'는 옛말을 기대지 않더라도 교육은 모든 이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부모 마음 속에는 혼자 정성으로 가꾸는 자식이라는 꿈나무가 있다. 행여 작은벌레가 갉을까봐 미리 봉지도 씌워주면서. 좀더 짚어보면 현재의 어른들은 '대량획일 양산시대'에 학교 교육을 받아온 세대이니 당시 상황으로서는 '사람 기르기'보다 '열약한 교육 재정확보'가 우선 순위였으리라.

똑같은 틀에서 찍어내듯 읽고 밑줄 그어 외게 하면 괜찮다 싶게 인정되어 왔던 교수방법의 아련함이 떠오른다. 오늘날 공교육 현장은 어디를 가나 역동적인 신선함이 묻어난다.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따뜻한 배려와 진한 감동이 묻어나는 교실 속의 땀에 젖는 교수학습, 이것이야 말로 '교육뉴딜'의 첫걸음 아닌가.

이달부터 학교별로 학부모 초청 공개 수업도 시작됐다. 학교(급) 구성원으로서 내 아이가 세상을 어떻게 함께 열어가고, 얼마나 또렷한 물감으로 짝과 자신을 색칠하는지 쯤 짚어봤음 좋겠다. '나'중심 사고에서 '남'을 인정, 격려할 줄 아는 자존심으로 담임선생님 이름 석자는 꼭 기억해 두고 실명의 소통 변화를 끌어내는 것 까지.....


학교장학 중, 점심시간 급식소에서 마주한 어린이의 밥이 유독 적어 보이길래 다가가서 "많이 먹고 어서 자라야지, 몇 숟갈 안되잖아?" 그러나 한마디로 내 말문을 막아버렸다. "선생님! 초딩 때, 밥 많이 먹으면 얼짱 몸짱 어려워요…" 황당하기 그지없는 대답이어서 "먹는 힘으로 공부 한다" 던 옛날 우리네 어머니의 일반적 통념을 생각키우며 그날 밤 잠은 꼬박 설쳤다. 오늘의 학생들은 과거에 비해 지식을 습득하는 채널도 다양해졌고 대중문화에 쉽게 휩쓸리기도 한다.

동요는 못 불러도 랩 가수가 부른 노래는 가사한자 틀리지 않고 끝가지 달달 풀어낸다. 교육의 품질은 소프트웨어가 결정하기에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하나된 노력을 메시지로 받는다. 교육과정을 아무리 개정하여도 마음이 먼저 변하지 않으면 앞산의 불구경 꼴 아닌가? 평생 정년 없는 직업" 이라며 칠순을 훌쩍넘은 세월에도 '농자천하지대본'의 풍후한 미소를 품는 고향지킴이 맏형. 모내기 날짜가 달포이상 남은 하늘바라기 논(천수답)에 물이 출렁인다.

논둑을 올려 약비 한 방울씩 모은 거란다. 그게 바로 최악의 가뭄에도 끄떡없는 '유비무환 농법'이라며 웃음을 포갠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삶으로 일으키는 교육의 약비를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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