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가흥 단양교육장

신록의 계절 숲속의 온갖 수목들이 저마다의 빛과 향을 품고 단양의 아침을 녹색 의 향연으로 초대한다. 헤나와 나르드향, 사프란 향초와 육계향, 몰약과 침향 우주의 사계절은 저마다 향을 실어 시나브로 날린다.

향과 향유를 느낄 수 있는 것은 후각만이 아니라 본다. 아름다운 경치나 사람들의 오순도순 정겨운 모습은 시각을 통한 향기일 것이고, 감미로운 음악과 사랑스런 목소리는 청각을 타고 온 향기일 것이다. 감칠맛 나는 상큼한 봄나물 한 젓가락에 전해오는 미각의 향연! 보드라운 솜털 같은 연인의 피부를 만져본 때의 촉감 또한 향기를 뿜는다.

필자는 시각을 통한 향기에 잠겨 보고자 한다.

"시각이 맑을 때는 온몸도 환하고, 성하지 못할 때에는 몸도 어둡다. 그러니 네 안에 있는 빛이 어둠이 아닌지 살펴 보아라"라는 귀한 글이 있다.

시각을 통해 보이는 것이 아름다움이면 내 마음은 온통 헤나향에 취하듯 아름다움이란 향내 속에 파묻힌다. 또한 시각은 선과 악을 선별한다. 선한 일을 보게 되면 찬사의 박수를 보내며, 악한 일을 보게 되면 향수 한 병에 빠져버린 한 마리의 하루살이를 보듯 안타깝기 그지없다.

시각을 통해 비친 삶에 향기가 있다면 그 향은 어떤 향일까? 필자는 가끔씩 아내와 육거리 시장엘 간다. 하루 종일 팔아서 얼마큼의 돈이 될까 싶은 노파들이 좌판을 벌리고 있다. 그곳에 들어서면 고달픈 삶의 땀과 끈끈한 생존력의 향을 느낀다. 한번은 노파들 사이에 한 젊은 아낙이 눈에 띄었다. 손수레 좌판에 싱싱한 풋고추를 몇 무더기로 갈라 놓느라 손길이 바쁜데 검게 그을린 얼굴에 유난히 눈이 빤짝빤짝 빛나고 있었다. 시장엘 처음 나온 건지 한 무더기 사려는 아내에게 쑥스런 미소를 보냈다. 그때 그 시골아낙의 풋풋한 소박함의 향기!

군 입대를 차일피일 미루던 필자의 막내놈이 카츄사 훈련을 끝내고 첫 면회가 있던 날 비즐거리며 울음을 참는 얼굴로 힘찬 거수경례를 하던 때의 애틋함의 향기! 1년 전 유학길 로마에서 걸려온 전화속의 장남 신부의 목소리는 고뇌에 찬 애절함으로 다가 왔었다. 해내야 할 소명 앞에 미력해진 자신의 모습을 토로하며 부모 앞에 감추지 않은 솔직함의 용기에서는 더없이 깨끗한 겸손의 향기가 배어 있었다.

학교장과 교사,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서로 어떤 향유를 느낄까? 교직 사회에서 교사들 서로는 어떤 향을 발하고 있을까?

모든 것의 주인이 자기 자신이라는 편협적인 사고방식이 만연하여 향이 묻혀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학생들이 겪을 진통이 안쓰럽다. 인간공존의 시각을 가진 사람은 범 공동체 의식을 소유하며, 순응과 겸손의 향을 키운다. 그 향을 간직하며 모든 일을 바라보는 한 마음의 빛은 어둡지 않으리라 본다.

필자의 가슴속에는 교단에서의 갖가지 향수의 파도가 넘실거린다. 때론 기뻐서, 때론 아파서 울고…. 교직에서의 삶의 희로애락은 저마다 향을 지니고 되살아나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 그것이 곧 교육자의 뿌듯함이고 기쁨이 아닐까 생각한다.

올해도 벌써 절반을 지나 시간이 흐른다. 손에 잡힌 교육적 결과보다는 시각에 들어오지 않은 숨겨진 과정도 중시하여 감춰진 향기를 찾아 꿈을 키워주는 여정이 되길 바란다. 역부족인 학생들을 타박하기보다는 칭찬의 향내를 맡고 교사를 따라오도록 하는 일에 정성을 다 하면 그렇게 작은 칭찬은 쌓아져서 학생들의 반석을 마련해 줄 것이다.

싱그러움이 넘치는 푸르른 아침에, 교단에 열정을 다하는 모든 교사들과 학생들을 위해 샤프란 향의 마음을 모아 실어 보낸다. 우리의 마음은 머지않아 신록의 향기로 풍요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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