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인
한국인장박물관장

엊그제는 내가 경영하고 있는 '한국인장박물관'에서 '한국전각가 초청 인장 전시회'가 있었다. 인장을 출품한 사람들은 모두 서울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박물관에 당도해서, '이 산골에 웬 박물관이냐'며 매우 신기하게 여겼다. 특히 이런 산촌에서 정부지원이나 지방정부의 크나큰 도움이 없이 일년에 두 서너 차례 전시회를 개최한다는 말에 혀를 내둘렀다.

사실 필자나 한국의 사립박물관 운영자들이 누구의 칭찬이나 보조금을 받기 위해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건립하고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 때문에 사재가 더 들어가고, 골머리를 썩히며, 분골쇄신한다. 얻는 것이라고는 소명의식에서 오는 자부심이 전부다.

사립박물관 건립자들이나 운영자들은 취미가 사명감으로 질적 전환되는 순간에 관해 말한다. 그냥 좋아서 시작한 일이 점점 커지고 넓어지며 깊이를 얻어가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열게 되는 경우가 매우 많다. 필자 역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물론 사립박물관의 소유는 궁극적으로는 한 개인의 재산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지키고 가꾸는 유물들이나 문화들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그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관람하고 공유할 수 있는 우리 민족 전체의 유산이고 문화이기도 하다.

솔직히 거대하고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국공립의 매머드급 박물관에 비해서 사립박물관은 시설이나 운영의 세련됨이 더욱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화란 언제나 이런 작은 것들이 모여 백화제방의 꽃을 피우는 것이지 국가나 행정이 주도하는 것만도 아니며, 자본의 대량 투입으로만 좋은 결실을 맺는 것도 아니다. 국가나 행정부서가 이러한 노력을 하는 것도 분명 유익하고 필요하지만 문화란 우리 생활과 관련을 맺고 있어야만 하며, 이런 것들만이 진짜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 전통문화를 이해시키고, 계승발전 시키기 위해 관람료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박물관을 체험교육의 현장으로 삼을 줄 아는 교육장의 높은 식견과 안목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우리 충남에서는 교육감이나 교육유관기관의 장들은 내가 운영하는 박물관 체험 및 축제의 날에 정중한 초청장을 보냈음에도 한 명도 오지 않았다. 잿밥에만 눈이 어두워 선거 때 삐죽 얼굴을 내밀곤 그만이었다. 박물관의 대사회적 기능 가운데 사회교육의 역할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린 아직도 교육을 초·중·고라는 학교교육으로만 이해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기관의 장들에게만 탓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분들이 먼저 교육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지원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교육과 문화가 행복하게 상생할 날은 그만큼 더 먼 것이 아닐까? 지역 자치제 교육감 이하 교육을 담당하는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역 사랑은 낙후된 지역문화를 끌어올리고 교육 인프라 구축의 기틀을 바로 세울 수 있는 또 하나의 첩경이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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