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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띠에 사오월 생이라……그 집안은 궁합도 안 보고 식을 올렸나. 원래 말띠에 사월과 오월은 화기기 강해서 부부지간에 마찰이 심한 벱여. 부면장님이 그 좋은 집을 버리고 여기서 사시는 것도 다 이유가 있구먼." "머여? 부면장님이 형님하고 사이가 안좋다믄 영 방법이 읎는 것도 아니네?" "방법이 읎는 것은 아니지. 내 말 똑똑히 들어. 내 말대로 실행을 하믄 이번 지사 때는 존 일이 있을테니께." "내가 승철이 증조부 지사 때 그 집 문간이라도 갈 수만 있다믄 쌀 두 가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8.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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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처럼 달려오던 승철에 대한 반가움을 삭이지도 못하고, 자식이면서도 자식이라 부를 수가 없어서 가슴을 쥐어뜯고 싶어도 참았던 순간들은 차라리 행복한 고통이었다. 승철이를 제 방으로 들여보내고 난 후였다. 이동하는 들례를 안방으로 불러서 나직하지만 차가운 목소리로 단단하게 못을 박았다. "지도 그만한 눈치쯤은 채릴 줄 앙께 걱정 놓으셔유. 아무려믄 지가 모산에 계신 어른 가슴에 칼 박을 일을 하겄슈." "잘 알고 있구먼. 승철이도 너를 유모라고 알고 있을거여. 그릏게 알고 나가 봐." 그 뿐이었다. 이동하의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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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8.0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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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하면 삼척이다. 꼬막네는 춘임이한테 들례가 자신을 부르는 이유를 대충 전해 들었다. 반갑게 맞이하는 들례의 눈치를 살피며 넌지시 미끼를 던졌다. "꼬막네, 내가 요새 사는 기 말이 아니구먼……" 들례는 간단하게 술상을 차려가지고 온 춘임이를 제 방으로 보냈다. 꼬막네가 쉬엄쉬엄 막걸리 한 잔을 달게 마시기를 기다렸다. 꼬막네가 마침내 술잔을 비웠다. 빈 잔에 다시 술을 채워주고 마흔다섯 살의 꼬막네를 보고 아랫사람에게 하소연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먼 말을 하고 싶은지 감이 잽히는구먼. 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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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8.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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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은 설 전날부터 부침을 한다, 가래떡을 한다, 두부를 한다, 술을 빚느라 분주하기만 했었다. 설날에도 대문 밖에는 때를 지어서 세배를 다니는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발자국소리부터 두루마기를 걸친 어른들의 묵직한 발자국소리가 밤이 늦도록 계속됐었다. 하지만 들례는 동네 개들까지 이리뛰고 저리뛰며 골목을 누비던 낮에는 춘임이와 심심풀이 화토를 쳤다. 밤에는 자식이래도 자식이라고 부를 수 없는 승철을 그리워하며 뜬 눈으로 밤을 새웠었다. 토요일 날 설을 쉬로 모산에 간 이동하가 월요일 설을 보내고 화요일 저녁에도 오지를 않았다. 둘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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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7.3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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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화단이 있어서 벌 나비가 날아드는 것은 흔한 일이다. 둘레는 벌써 도착을 했어야 할 꼬막네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꼭 자신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찮은 미물에 불과한 나비가 봉숭아꽃에 앉지를 않고 그냥 희롱만 하고 가는 것도 마치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가슴 저 밑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니지, 필경 먼 일인가 있을 테지. 그랑께 춘임이 그 년도 얼릉 오지 못하고 꼬막네를 기다리고 있을 껴. 아니지……꼬막네가 먼 일이 있으믄 춘임이라도 집으로 끄대와야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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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7.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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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준은 아이스케키라는 갑자기 입안에서 군침이 돈다. 작년인가? 아니면 재작년 형들의 운동회날 막대 아이스케키를 먹어 본 적이 있다. 이빨이 아리도록 차가우면서도 입술을 핥고 가는 단맛이 목젖을 적실 때의 그 황홀한 맛이 갑자기 되살아났다. 승철이에게 잘만 보이면 그 황홀한 맛을 다시 한 번 음미할 수 있다는 생각에 어깨에 대각선으로 맨 책보를 질끈 동여매고 입술을 깨물고 뛰었다. 학산은 면소재지답게 국도 양쪽에는 포목점이나 어물전 쌀집 등 가게를 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국도를 벗어난 장터에는 선술집이나 성주옥처럼 술과 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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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7.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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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규는 더 버텨봤자 소용이 없다는 얼굴로 고무신짝을 바닥에 내팽개친다. 한 짝씩 발에 꾀며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상규네를 노려본다."형아, 딴 아들이 다 보고 있잖여. 그랑께 어여 가자. 응?"진규는 둥구나무 거리를 쳐다본다. 둥구나무 거리에는 동네 아이들이 나와 있었다. 골목 안에서 빨간색 란도셀가방을 맨 향숙이 나오고 있다. 진규는 윤길동의 외동딸인 향숙이를 보는 순간 빨개진 얼굴로 상규를 잡아끈다."빨리 학교 안 갈껴?"5학년인 향숙이는 다른 여학생들처럼 단발머리를 하지 않았다. 머리를 양 갈래로 길게 따고 분홍색 리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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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7.27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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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용네의 말에 갑자기 말문이 막혀 버린 철용이 우물쭈물 거리고 있을 때였다. 철용이 뒤로 물러나 앉았던 철준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사친회비를 주고 싶어도 돈이 읎응께 워틱하겄냐. 이 에미가 죽을 수벢에 없잖여.""죽긴 왜 죽어 진규네 엄마한테 돈을 꿔 오믄 되잖아." 침울한 얼굴로 앉아 있던 철재가 볼멘 목소리로 말했다."어이구, 그 집에서 돈을 꿔오니 황소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길 지댈리는 거시 났지. 진규는 사친회비 냈다냐?""아니."철재가 괜히 말했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그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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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7.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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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준은 슬그머니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떠든 아이들이 한두명이 아닐 것이다.그런데도 자신만 귀가 떨어져 나가 버리는 것 같은 고통을 당해야 하는 것이 억울한 것은 아니다. 철용네가 제 때 사친회비를 주었다면 그 정도 떠들었다고 해서 불려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 억울했다.그렇다고 철용네한테 사친회비를 달라고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철준은 보리밥 한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비워 버리고 책보를 챙겼다.책이라고 해 봤자 일 학년이라 국어, 산수, 자연, 사회 음악 책 등이 모두 얇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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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7.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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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철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대답을 하고 옆자리의 철준을 바라본다. 철준은 정 선생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귀밑까지 빨갛게 물든 얼굴을 푹 숙이고 있다."넌 좋겄다. 사친회비를 다 냈응께."철준은 보나마나 정 선생이 사친회비를 안 낸 아이들 이름을 부를 거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의 기분이 좋으면 그냥 내일까지 꼭 내라는 말만 할 것이다. 그러나 기분이 안 좋으면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아프게 귀를 잡아당기거나, 쿵 하고 골이 울리도록 군밤을 줄지도 모를 일이다. 그걸 생각하면 겁이 나서 정 선생을 똑바로 쳐다 볼 수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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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7.2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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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호는 보은댁이 그 다음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쌍안경을 내리고 나서 슬쩍 넘겨짚으며 보은댁의 표정을 살폈다."손자만 본다믄 그깐 쌀 한가마니가 아까워유?""손자가 읎다믄 몰라도 엄연히 손자가 있는데 왜 안 아까워?"이병호도 옥천댁이 이번에 아들만 낳아 준다면 쌀 한가마니가 아니라 백 섬을 준다고 해도 아깝지가 않았다. 승철이가 이동하를 닮았다면 은연 중 친손자가 덜 그리울 건데, 아쉽게도 들례를 빼닮은 승철이 얼굴을 볼 때마다 어딘지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비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정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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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7.2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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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를 심을 놉을 수배하고 얻은 일은 박평래가 도맡아 했다. 어제 저녁 박평래가 봉산댁의 말을 했었다. 이병호는 박평래의 말을 끊으며 가소롭다는 얼굴로 이죽거렸던 때를 떠 올리며 입맛을 다신다."워딜, 그릏게 뚫어지게 쳐다본댜?""쳐다보긴 워딜 쳐다 봐. 모를 잘 심고 있는지 감시를 하고 있는디."이병호는 찔끔한 얼굴로 슬쩍 논으로 시선을 돌렸다. 논에는 땡볕이 하얗게 내려앉고 있다. 그런데도 이십여 명의 놉들은 한 사람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모를 내고 있다."저기 샴가에 앉아 있는 여자가 봉산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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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7.2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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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마드를 잔뜩 바른 머리카락을 머리에 착 붙이고 양쪽으로 가르마를 탄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게 후지모토의 얼굴이 그려진다."비싼 밥 먹고 욕 읃어 먹을 필요도 읎지만 무식한 놈들에게 낚싯밥을 던져서 소출이 는불어 난다믄 그걸 못하는 놈이 등신이지."이병호는 상아로 만든 흰색 파이프 구멍에 건설 담배를 꽂는다. 이빨로 파이프를 머금는 순간 묵직한 감촉이 기분 좋게 전해진다. 성냥불을 붙여서 담배 연기를 기분 좋게 빨아 들였다 내뿜으며 가늘게 뜬 눈으로 보은댁을 바라본다."백 마지기가 넘는 땅 중에서 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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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7.19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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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뜬 놈이 뭐라고 지껄이는데?"이병호는 한산모시 옷을 입고 있었다. 풀을 먹인 다음에 다림질을 해서 매미허물처럼 빳빳하게 서 있는 한산모시 안으로 보이는 몸은 명태처럼 바짝 말라있었다. 부드러운 명주 천으로 쌍안경의 렌즈를 닦으며 가소롭다는 얼굴로 반문한다."딴 사람들이야 말이 읎겄지만 구장하고, 춘셉이하고 윤길동이는 갖다 바친 것이 있응께. 입 다물고 있지는 않을 거 아뉴?""그 놈들이 뭘 갖다 바쳤는데? 금송아지라도 갖다 바친겨? 그 비싼 금송아지는 돈이 읎어서 못 바쳤다 쳐. 조상 지사 지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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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7.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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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쌍출은 목이 마른 얼굴로 표주박 가득 막걸리를 뜬다. 갈증 들린 사람처럼 벌컥벌컥 마시고 난 후에 다시 말을 이어가려고 하는데 순배영감이 말을 막았다. "지도 그런 소문은 들었슈. 그래서 해방 한해 전인가, 두 해전인가 마름을 오씨로 갈아 치울라고 한다는 소문도 들었슈. 그라고 동리서 둥구나무에서 지사 지낼라고 비봉산 기슭에 숨겨 둔 쌀 두가마니를 일본순사들이 찾아 낸 것도 이복만 그 냥반이 주재소에 찔렀다는 소문도 파다 했잖유.""그려. 그때 일본순사하고 면서기들이 헛간이며 나무둥거리, 뒷간에 붝 아궁이 까지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7.15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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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기가 길어 질 거믄 술이 부족하겄네.""술이야, 내 술은 아니지만 을매든지 있슈."변쌍출은 바가지를 들고 일어섰다. 논둑에 있는 단지에서 막걸리를 듬뿍 펐다. 술 바가지를 들고 일어서면서 모내기를 하고 있는 논을 바라본다. 다른 사람의 논에서 품앗이를 하거나 놉 일을 하다 보면 논둑에 앉아서 잠시 쉬며 담배를 피우거나, 물을 마시러 나오는 아낙네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새참으로 국수를 먹고 나서 어느 하나 논둑으로 걸어 나오는 사람이 없다.저러다 죄다 몸살 나고 말거여.농사일 치고 힘이 들지 않은 일이 없다. 그 중에서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7.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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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배영감의 밭고랑처럼 주름이 진 얼굴은 빨갛게 물들어 있다. 짠 소금이라도 먹는 것처럼 입술을 냠냠 거리며 표주박으로 막걸리를 서너 수저는 될 정도로 살짝 떴다. 두어 모금 꿀꺽꿀꺽 마시 후에 손바닥으로 입술을 쓰윽 닫고 넉넉한 표정으로 모내기판을 바라본다.놉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어깨에 어깨를 마주대고 모를 심는 뒤로 박태수와 윤길동이 소를 몰고 있다. 모쟁이 노릇을 하는 아낙네 세 명이 모판과 논을 부지런히 오가며 못단을 옮겨주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뒷모쟁이를 하는 아낙네들은 모쟁이들이 던져 놓은 못단을 모내는 사람들 뒤로 옮겨주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7.13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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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를 한쪽만 걷어 올리고 다른 한쪽은 논물에 푹 담근 자세로 웃고 있는 해룡을 혼내봤자 자신만 우세라는 생각에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날망집 아줌마 옆에서 모 못 내겄구만. 오늘 왜 이리 심이 읎어. 딴 날은 손이 뵈지 않도록 모를 내드니."김춘섭도 처음부터 황인술과 말싸움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서 말을 돌렸다. 논문제로 이병호를 몇 번이나 찾아 갔었다. 그 때마다 좀 더 두고 보자며 확답을 미루는 이병호의 말 속에 황인술이 있을 거라는 예감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시비를 걸었을 뿐이었다. "어저! 어저!"못줄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7.1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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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섭이 황인술이 들으라는 목소리로 빈정거렸다. 그는 그저께 학산에 사는 배 목수로부터 오늘 뒷모도를 해 달라는 연락이 왔었다. 일당으로 치나 대우로 치나 모내기보다 목수 뒷모도가 훨씬 유리하다. 땡볕에서 모를 심느라 손가락이 부러지는 듯한 아픔을 견뎌낼 필요도 없다. 설렁설렁 뒷모도를 해주는 일인데도 일당이 곱절인 쌀 두되다. 담배도 파랑새가 두 값이다. 새참으로 비싼 자장면에 탕수육을 주는 집도 있다. 황인술이 이병호의 집만 들락거리지 않았어도 지금쯤 고량주에 탕수육을 먹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이 황인술이 이병호의 집
한만수의 대하 장편소설 금강
한만수
2009.07.0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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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 판에서는 할 일이 많다. 모판에서 모두 쪄야하고, 찐 모를 심기 좋도록 논으로 나르는 일도 있다. 논이 작으면 논둑에 서서 여기저기 던져 주면 그만이지만 이병호의 논은 그렇지가 않았다. 한 베미가 열 마지기나 되는 논이라서 못단을 들고 논 안으로 수월찮게 걸어 들어가야 한다. 질퍽거리는 논에서 수시로 달려드는 거머리를 잡아가며 못단을 여기저기 던져두는 일도 크게 도와주는 일이다.나이가 많은 노인들은 모를 심어 나간 자리를 살펴보며 모가 채 땅에 박히지 않아서 물에 둥둥 떠 있는 뜬모를 찾아서 다시 깊숙이 박아두는 일도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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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수
2009.07.08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