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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선물을 받다김복회 전 오근장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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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3.06  15: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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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회 전 오근장동장] 어릴 때는 부모님을, 학교 다닐 때는 선생님을 의지하며 살다, 졸업 후 40여 년을 직장이라는 조직 속에서 맡겨진 일을 하며 보냈다. 그러다 이순의 나이에 퇴직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받았다. 그간 많은 시간을 생각했었지만 여전히 생소한 선물을 받고 보니 처음에는 무척 좋을 것만 같았다. 하여 빨리 받고 싶은 생각도 많았었다. 그간 하지 못했던 일을 하고도 싶고 일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을 것 같아 마냥 좋을 것 같았다.

선물을 받은 첫날,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 생각 없이 머릿속이 하얀 백지 같더니 긴장이 풀려서인지 무기력해지기 시작했다. 막상 퇴직을 하고 보니 당장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시간이 많으면 더 많이 읽을 것 같던 책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렇게 2주일을 보내고는 이러면 안 되지 싶어 운동부터 시작했다. 운동은 꾸준히 해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야 했다.

전에는 차를 타고 상당산성을 가곤 했는데 몇 년 전에 당산을 정비 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어 차 없이 도보로 한번 가봤다. 새롭게 정비된 등산로는 생각보다 많이 짧았지만 당산 넘어 향교가 보이고 향교 뒷길은 우암산 걷기 길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렇게 좋은 등산로가 곁에 있었는데 차를 타고 멀리 갈 생각만 했었다. 멋진 등산로를 내려오면서 마치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기뻤다.

한결 여유로운 마음으로 돌아본 좁은 골목길은 동네 아이들이 금방이라도 튀어 나올 것 같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대문 옆에는 채소를 심었던 화분들이 정겹게 놓여있다. 향교 주변 담벼락에는 글 배우는 도령들의 그림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부터 있던 것들이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돌아보지 못했었다. 옛날 생각을 하며 걷는데 작은 카페가 보여 커피한잔이 생각났으나 주인장이 휴가 중이라 커피 맛은 다음에나 봐야겠다.

그 동안은 여유 없이 살다보니 산엘 가도 빨리 올라갔다가 빨리 내려갈 생각만 했지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다. 353미터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고맙고 소중한 산임이 분명하다. 명산은 아니지만 우암산은 분명 청주시민의 건강 지킴이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쉽게 잡히지 않지만 급할 것도 겁낼 것도 없지 싶다. 60여년을 살아봤는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는 알고도 남음이 있다.

책을 통해서도 그 동안 많이 배웠고, 선배들께도 많이 들었으니 이제부터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 보는 거다. 믿음생활을 한다고 하면서 성경책 한번을 제대로 읽지 못했었다. 이제 더 늦기 전에 영적으로 성숙해지고 싶다. 지금까지 건강하게 잘 살았으니 또한 감사하지 않은가. 그 동안 미루었던 것을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욕심 없이 해보는 거다.

김형석 교수는 ‘백년을 살아보니’ 라는 책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면 60부터 75세로 가고 싶다고 했잖은가. 그렇다. 필자도 지금부터 새롭게 태어나는 거다. 새로운 도전을 향하여 가는 길이 설레고 떨린 만큼 배우고 싶어 차곡차곡 쌓아 놓았던 것을 하나씩 꺼내어 천천히 이루어 가리라. 선물이라면 다 좋다지만 특히, 퇴직이 준 선물이 내겐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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