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음식점 폐업만 773곳…한 달 남기고 지난해 넘겨
고물가·임대료·인건비 ‘3중고’에 버티기 힘든 영세 자영업자들

 

충북지역 자영업 폐업이 지난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지역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한층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 도내 일반음식점 폐업은 총 725곳이었으나, 올해는 23일 기준 이미 773곳으로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아직 12월 한 달이 남아 있어 연말까지 폐업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다.

휴게음식점(카페·분식 등)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441개가 폐업한 데 이어 올해는 23일 기준 395곳이 문을 닫아, 연말에는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 “손님은 줄고 비용은 끝없이 상승”…폐업 악순환 가속

청주 상당구에서 7년째 분식집을 운영해온 B씨는 최근 폐업 신고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손님은 코로나 시절보다 더 줄었는데 식재료, 전기·가스요금, 인건비까지 모두 오르니 더는 버티기 어렵다”며 “가격을 조금만 올려도 손님이 빠지고, 그대로 두면 남는 게 전혀 없다”고 토로했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 쌀 가격이 전년 대비 20% 이상 오르는 등 주요 원재료비가 일제히 상승했다. 가스·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치면서 영세 음식점의 운영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달걀·닭고기·밀가루 등 기초 식자재의 가격 변동폭도 커 수지 악화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점심 매출에 크게 의존하는 일반음식점들은 줄어든 내점 고객을 만회하기 위해 배달 주문을 확대하고 있으나, 배달앱 중개수수료가 또 다른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업주는 “배달 주문이 많아져도 수수료를 떼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이제는 배달을 해도 본전도 건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폐업 속도는 빨라졌지만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은 현실’

충북의 자영업자들은 폐업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음식 가격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원재료비와 전기·가스요금 등 운영비가 해마다 오르지만, 가격을 인상하는 순간 손님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 때문이다.

청주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 중인 한 자영업자는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고객들도 잘 알지만, 막상 가격표에 반영하면 ‘너무 올린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며 “원가가 70% 가까이 올랐는데도 단 10%만 인상했더니 오히려 손님이 더 줄었다”고 호소했다.

실제 통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도내 외식물가 상승률은 전국 평균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 가격에 충분히 전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 가격을 올리면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탓에 자영업자들이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로 적정 가격을 유지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 경제계 한 관계자는 “소비심리 위축 속에서 가격 인상은 즉각적인 손님 감소로 이어져 자영업자들이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가 지속하고 있다”며 “폐업 증가에도 가격 인상이 지연되는 현상은 지역 소상공인 경영환경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김재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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