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광섭 컬처디자이너·수필가

[변광섭 컬처디자이너·수필가] 자연을 향해 주먹질 하지 말라. 살겠다는 이유로, 도시화라는 이유로 무수한 생명을 파괴하지 말라. 어차피 인간은 자연에서 왔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연이 주는 생명의 기운으로 살아간다.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인간을 파괴하는 것이고, 자신의 터전과 영혼에 상처를 주는 것이다.

주름의 아름다움을 아는가.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생명이 있고 삶의 여백이 있으며 존재의 이유가 있다. 아름다움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한국의 부채 합죽선은 주름졌기 때문에 보관하기 좋고 멋과 바람의 풍경이 깃들어 있다. 한옥이 아름다운 것도, 한복이 아름다운 것도 끝없이 교체되는 반복의 선 때문이다. 자연을 파괴하려 하지 말고 그 곳에 3D로 만든 세계 최초의 마을을 꾸며라. 자연과 인공이 조화를 이루는 세상 말이다.

최고의 예술은 자연이다. 인간이 하는 예술의 모든 행위는 자연을 닮아가는 과정이다. 최고의 경지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무위자연(無爲自然)이 된다. 피카소가 그랬고 백남준이 그랬다. 그 속에서 자연을 닮아가며 자연처럼 사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다. 그래서 독일은 1,300개의 자연학교가 있다. 이곳에서 세계적인 철학가, 문학인, 음악인, 과학자가 배출되었다.

그러니 나는 누구이며 무엇 때문에 와 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끝없이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자연의 파괴자가 되지 말고 일상의 파괴자가 되어야 한다. 고정관념과 고루함과 낡은 습관으로부터 뛰쳐나와야 한다. 변화와 혁신과 새로움의 가치를 담아야 한다. 크리에이터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인들은 하나같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움에 도전했다. 다빈치가 그렇고 콜럼버스가 그랬으며 카네기가 그랬고 빌게이츠가 그랬다. 레고의 신화 키르크 크리스티안센은 ‘최고만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비틀즈는 영국 리버풀의 골목에서 기타치며 노래를 불렀던 청년들이었다. 그의 진가를 알아본 기획자가 있었기 때문에 불멸의 가수가 된 것이다. 한류가 지구촌을 요동치게 한 것도 한국의 흥과 재능에 창의적인 콘텐츠가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탁월한 기획자에 의한 탁월한 시선의 산물이다. 어디를 파야 물이 나오고 금맥이 터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천리마는 탁월한 조련사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던가.

그러니 행정의 잣대로 예술을 보면 안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콘텐츠는 모두 자유로움 속에서 태동했다. 돈으로 예술인을 길들이지 말라. 예술인은 돈의 노예가 되면 안된다. 차라리 예술을 하지 말라. 자유와 창조는 예술의 시작이자 끝이다.

88서울올림픽의 주제는 ‘벽을 넘어서’였다.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언어의 벽을 넘고 공간의 벽을 넘어 계급의 벽을 넘자는 것이었다. 스포츠라는 이름하에 모두가 평등하고 평화로우며 다양한 장르와 계층이 하나가 되는 새 역사를 쓰고 싶었다.

새천년을 준비할 때 최대 이슈는 아이 울음소리를 전 세계에 생중계한 것이다. 2000년 1월 1일 0시 0분 1초. 새천년이 시작됨과 거의 동시에 세상에 나온 즈믄둥이의 우렁찬 울음소리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새천년의 순간에 아이가 탄생하지 않으면 실패하는 것이다. 창조자의 가장 큰 적은 두려움이다. 0.01%의 가능성이 있어도 도전해야 한다. 인터넷의 발달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지금 대지는 봄꽃으로 가득하다. 봄의 정원에서 마음껏 희망하라. 봄을 기다리지 말고 봄을 찾아 나서라. 신세계를 펼쳐라. 세상의 주인공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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