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철
청주대 교수

지난달 24일 분당경찰서는 탤런트 장자연 씨 자살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장자연 사건'의 모든 책임을 고인의 전 소속사 대표에게 돌렸고, 문건에 언급된 유력 일간지 대표 a씨, 드라마 pd 등 유력인사 대부분은 무혐의 처리됐으며 특히 유력 언론사 대표는 수사 발표 하루 전에야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경찰이 여론의 압력에 밀려 '성역 없는 수사'를 외치며 40여 일 동안 수사를 했지만 결국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오늘날 미디어 산업의 급속한 발전으로 청소년과 젊은 층에게 연예인은 선망의 직업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연예계는 아직도 연예지망생들의 성상납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연예지망생 중엔 이러한 실상을 접하고 성상납 등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스타가 될 수 없다는 자괴감에 재능이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연예계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

요즘 유·청소년들은 재능이 예사롭지 않다. 이들의 무궁무진한 잠재적 재능이 우리나라의 경쟁력이요, 발전의 동력이 될 것이므로 청소년들이 재능을 맘껏 펼칠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재능을 지닌 청소년들을 어떻게 육성할까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사생대회에서 어린이들의 그림을 심사해보면 유치원과 초등학교 1, 2, 3학년생들이 그리는 상상화는 매우 창의적이고 상상력과 감성이 풍부한 반면, 초등학교 4, 5, 6학년부터 중고등학교로 올라 갈수록 사생대회 참여율도 급격히 떨어지고 그림의 창의성도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우리 청소년 주변의 교육 환경이 타고난 재능을 키워 꿈과 희망을 실현하게 하는 풍토가 아니라 국어, 영어, 수학에 치중된 입시위주교육이어서 재능을 오히려 사장시키는 환경이 그림에 그대로 나타난 것이라 생각된다.

얼마 전 영국의 평범한 시골 아줌마 '수잔 보일'이 노래 대결 프로그램에 나와 그 기량을 뽐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얼굴이 예쁘지도 않고, 세련되지 못한 머리 모양이며 옷차림새는 우리가 생각하는 스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녀가 부른 노래는 모든 사람의 귀를 놀라움과 경이로움에 빠져들게 했다.

외모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기자는 연기를 잘해야 하고, 화가는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가수는 노래를 잘 해야 하고, 작가는 글을 잘 써야 한다.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얼굴이 비슷비슷한 연예인들 모습에 혼란스럽다. 이곳저곳을 성형한 탓이다. 재능보다는 겉모습에 치중한 연예계 풍토 속에 데뷔 전에 통과의례처럼 자의 반 타의 반 성형 수술을 하게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수잔 보일'이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술 분야에서는 남과 다른 차별성이 매우 중요하다. 자기만의 개성이 있어야 한다. 화가는 그가 그린 그림이 남과 다른 독창성을 화폭에 담아야 하고, 성악가나 가수는 남과 다른 음색으로 자기의 색깔을 목소리에 담아야 한다. 연기자 또한 남과 다른 연기력을 발휘할 때 존재의 가치가 있다. 즉 생명력이 있는 것이다. 그런 재능 있는 사람을 키워내는 노력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힘없고 모든 면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청소년들이 다른 고민 안하고 자기 재능을 계발하고 발전시키는 데 매진하여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몫이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방송계와 연예계의 문제를 들은 하루빨리 뿌리를 뽑아내야 하며 그런 의식과 노력이 더더욱 절실한 오늘이다.

각자가 지닌 재능을 키우는 교육이 중시되고, 재능으로 인정받는 사회가 된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행복하고 향기로우리라 생각한다. 재능을 경시하고 무시하는 사회보다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사회여야 한다. 재능을 발휘하여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행복해하며 열심인 학생이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