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윤 변호사

[정세윤 변호사] 대전 도안 신도시 모델하우스에 견본주택까지 열고 분양에 들어간 아파트가 청약 접수를 하루 앞두고 갑자기 분양을 연기하였다. 지난 15일 견본주택을 열고 특별공급에 이어 일반 청약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돌연 청약을 연기한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입주자 모집공고 승인을 받지 않았으며 청약 5일 전 모집공고를 내도록 한 규정을 위반하여 관할 지자체로부터 시정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라 하나, 구체적으로 그 속사정을 살펴보면 복잡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먼저 앞서 언급한 입주자 모집 공고 승인 등의 절차적인 이유보다는 아파트 고분양가 문제와 같은 실체적인 이유가 더 커 보인다. 분양가를 보면 전용 면적 84㎡ 기준 3.3㎡ 당 타입별로 1,400만 원 대 후반에서 1,500만 원 대 초반으로 구성되었으며, 84㎡ 이상은 분양가가 그보다 더 높게 책정되었다. 이렇게 높게 책정된 분양가에 대하여 시민단체가 문제를 제기하는 등 분양가 논란이 일자, 일각에서는 해당 아파트가 고분양가를 합리화하기 위해 공사비와 관련된 금액을 입주자 모집공고 이후 갑자기 2천억 원 증가하여 공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실제 사업 위탁업체와의 계약금을 2017년 8월 고지한 5천188억5천300만원을 7천291억7천880만원으로 증액). 즉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공사비 계약금 2천억 원 증가 공시를 모델하우스 개관 이후에 갑자기 한 것이고, 이는 분양가 산정과 관련한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이라는 취지의 주장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해당 아파트 부지 매입 등의 사업은 승인과정에서 불법·특혜 의혹이 불거지고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해 경찰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업승인에 관여한 대전시청·유성구청 공무원들이 수사대상에 올라와 있다. 대전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대전 경실련)에 따르면 사업 승인과정에서 공무원들이 도시개발법 시행령에 규정된 생산녹지비율 30% 원칙을 지키지 않고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고 주장한다(실제 도안 2-1지구 A블록 아파트 건설 사업의 생산녹지 비율은 40%에 육박한 38.9%에 달한다).

또한, 민간사업을 추진하면서 주민 동의 없이 지구단위를 변경한 것도 위법이라고 이 단체는 주장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민간업체가 추진하는 사업에서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할 때는 국공유지를 제외한 대상 토지 소유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나, 그러한 절차나 동의가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 따라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대전 둔산경찰서는 지난 18일 유성구와 대전시에 수사개시를 통지하였고, 경찰 수사 결과 “사업 승인과정에서 위법이 발견되면 해당 아파트 사업 승인은 시민단체 주장처럼 무효 처리될 수 있다”고 하며, 시 관계자 또한 "위법사항이 밝혀지면 사업 인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와 같은 이유 등으로 해당아파트 분양일정은 상당기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가 어찌되었던 간에 분양일정이 연기된 만큼 해당 기간 동안 모든 의혹이 다뤄져 적법하고 합리적인 분양가가 산정되어야 하겠다. 앞으로 의혹이 풀리는 과정 속에서 고분양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므로, 이해관계자를 비롯한 시민단체 및 지자체, 수사기관의 관심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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