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시 각종 질병 발생·노화 촉진

정(精)이란 지극히 좋은 것을 부르는 말이다. 사람에게 정은 가장 귀한데 그 양은 매우 적다. 평소 곡식과 채소를 먹어야 정이 채워진다. 오곡의 진액이 섞여 기름이 되는데 이것이 뼈의 구멍으로 스며들어 골수와 뇌를 채운 뒤 사타구니로 흘러간다. 음양의 조화가 깨지면 정액이 음부(陰部)로 넘쳐흐르게 된다. 지나치게 빠져나가면 허하게 되고, 허하게 되면 허리와 등이 아프고 정강이가 시큰거린다. 골수는 뼈를 채우고 있는 것이고 뇌는 수해(髓海)이다. 수해가 부족하면 머리가 빙빙 돌고 귀가 울며, 정강이가 시큰거리고 눈이 어지럽고 캄캄해진다.

정이 가득하면 기가 튼튼해지고, 기가 튼튼하면 신이 왕성해지며, 신이 왕성하면 몸이 건강하게 된다. 몸이 건강하면 병이 적어져서 안으로는 오장이 충만해지고 겉으로는 피부가 윤택해지고, 얼굴에서 빛이 나며 눈과 귀가 밝아지고, 나이가 들수록 더욱 튼튼해진다. 반면, 정이 부족하면 여러 가지 증상이 생긴다. 간정(肝精)이 든든하지 못하면 눈이 어찔어찔하고 광채가 없으며, 폐정(肺精)이 부족하면 기육이 마른다. 신정(腎精)이 든든하지 못하면 신기(神氣)가 줄어들고, 비정(脾精)이 든든하지 못하면 치아가 드러나고 머리털이 빠진다. 만약 진정(眞精)을 다 써버리면 질병이 생기고 곧 죽음에 이른다. 사람이 늙어가는 것은 정혈이 마르기 때문이다.

정은 굳게 지켜 간직해야 한다. 정을 지키는 방법 중에 성욕을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람이 마흔이 되기 전에는 제멋대로 굴다가 마흔이 넘으면 문득 기력이 쇠퇴한 것을 깨닫는 경우가 많다. 일단 기력이 쇠한 다음에는 여러 가지 병이 벌떼처럼 일어나고 오랫동안 치료하지 않으면 마침내 구할 수 없게 된다. 성욕이 갑자기 생기더라도 반드시 삼가고 억제해야지, 마음을 풀어놓고 뜻대로 하면 스스로 해를 입게 된다. 한 번 참으면 등잔의 불이 꺼지려고 하는데 기름을 한 번 아낀 셈이 된다. 만약 참지 못하고 욕망에 몸을 맡겨 정을 내보낸다면 등잔의 불이 꺼지려고 하는데 기름을 없애는 격이니 스스로 막아야 한다.예순이 넘으면 성욕을 끊어야 한다.

정이 유실되는 증상은 여러 가지이며 경중이 다르다. 잠결에 꿈을 꾸어 자신도 모르게 사정하는 것을 몽설(夢泄)이라 한다. 젊고 튼튼한 사람의 몽설은 병이 아니고 건강한 증좌이나, 나이든 사람이나 허약한 사람의 몽설은 그릇이 기울어지거나 깨진 것이므로 위중하다. 꿈을 꾸지 않았는데도 사정이 되는 것은 정활(精滑)이라 하는데 위중한 병증이다. 소변을 볼 때 뿌연 것이 같이 흘러나오는 것은 정이 유출되는 것으로 요정(尿精)이라 한다. 소변을 보지 않을 때도 정이 유출되는 것을 유정(遺精)이라 하며 요정보다 위중하다. 음란한 것을 보고서 조금씩 사정하는 것을 정루(精漏)라 한다. tv나 인터넷 등을 통하여 흥분상태가 유지되면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정이 누설되는데, 근래 남성불임의 원인 중에 하나이다. 음란한 것을 보지 않았는데도 정이 누설되는 것을 정탈(精脫)이라 하는데 가장 위중하다.

평상 시 정을 지키고 보하는 방법은 생활 속에 있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기쁘게 일에 몰두하며 규칙적으로 생활하고 음식을 절제하면 정을 지키고 보할 수 있다. 정을 보하는 좋은 음식은 기름지거나 향기가 짙은 음식이 아니라 담담한 음식이다. 음식 중에는 오직 오곡만이 참다운 맛을 가졌기 때문에 곡식을 담담하게 먹는 것이 정을 가장 잘 보양하는 방법이다. 더불어 제철에 나는 채소를 곁들인다면 만전을 기할 수 있다. 종합비타민, 홍삼 등을 위시한 대부분 건강식품은 정을 보하는데 이롭지 않으므로 삼가는 것이 좋다.

위에서 열거한 정부족 증상이 나타나면 한의사의 진료를 받아 체질과 병증에 맞게 치료받으면 빠른 시일 내 증상이 호전되며 정(精)도 보충되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 박 성 규 예올한의원 원장 한의학 전문위원·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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