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오병익 충청북도교육삼락회장] ‘명문 보통 똥통’ 필자가 중·고등학생 시절 유행어였다. 사람 사는 사회란 편견과 평등·타협의 순환 속에 발전을 거듭해 왔다. 최근 충북도와 도교육청 간 소위 ‘명문고 육성’으로 엇박자다. 미래인재 육성 합의서를 교환했으나 밑그림부터 확연하게 달랐다. 도교육청은 ‘모든 학생의 개성을 존중한 재능계발과 함께 행복한 교육’ 이란 기둥 위에 한국교원대부설고 오송 이전·캠퍼스형 학교 설립 등을 제시한 반면, 도는 ‘지적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자율형사립고·전국단위 신입생 모집 설립을 곧추세운 상태다.

평등과 수월성의 조화, 낯설지 않다. 어쩌면 2000년대 이상 미래 가늠자로 보인다. 그러나 조금씩 다른 기준으로 판단하면서 접점은커녕 생각의 위기를 보다 못한 도의회 이숙애 교육위원장이 게임을 성사시키려는 중재자로 나섰다. 교육부차관을 만나 제도적인 절차부터 짚었고 학부모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까지 단계적 숙성에 들어갔다. 찬스를 만들어줘야 오해도 풀린다. 비슷한 장면은 불과 몇 달 전, 유·초·중·고 무상급식 분담금을 놓고 어색하던 분위기를 도의회의 ‘고무적인 훈수’로 동력이 살아났다. 의회 조정을 주목하는 이유다.

‘명문고 육성’, 엉겁결 카드는 아니란 얘기다. 지난 해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대학입학제도 개편안을 꼼꼼히 따진 수렁 때문일 것이다.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대입 특위 공론화 위원회로 이어진 하청·재하청 방식부터 참으로 별났다. 수능위주전형 비율을 30% 이상 확대, 기존 영어 및 한국사에 이어 제2외국어와 한문 과목을 추가한 절대평가 전환 및 2022년 전면 도입 예정이던 고교학점제도 본격 시행을 현 정부 임기 이후(2025년)로 미뤘다. 얼핏 보아 불길을 잡은듯하지만 김빠진 풍선이 돼 시도교육감들 마저 손사래 쳤다. 탈출구 없는 ‘백년 디자인’의 불편한 예고편이 결정적 ‘명문고’ 란 기지개를 키웠다.

명문고 육성 내용 중 ‘미래인재’는 명쾌한 합의라기보다 조건부 꼬리표부터 떨떠름했다. 평준화 차별화를 두고 착시현상이 걷히지 않으니 우려스럽다. 인간과 인간뿐만 아니라 인간과 사물, 사물끼리 초 연결 4차 산업시대에 수직적 인재개념은 시대착오적 구태다. 그러나 아무리 명분이 옳더라도 대화가 끊기면 공감을 얻기 힘들다. 그만큼 양 기관 모두 ‘인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의 두께를 반증한다.

누가 주도하고 누가 뒷받침해야할지 보편적 답 앞에서 포용·소통 같은 신의칙(信義則)을 펼 때 명문고도 순항하리라. 문제는 진심 일치 형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어쨌든 명문대 진학률 하나만을 위한 속행이나 결정은 제2 제3의 혼란 예약과 다름없다. ‘생명 존엄과 올바른 품성’인 교육목적이 청량하게 반영된 리더십(교육감·지사)의 본(本), 신속보다 신중 쪽으로 깐깐한 숨고르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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