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도민체전 성화채화식에 참석했던 엄태영 제천시장은 충북도청에서 기자와 만나 "언제 시간이 있으면 제천시에 꼭 들러 달라"고 당부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엄 시장은 천혜의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제천시가 정부와 충북도의 정책적 배려만 선행된다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을 복선으로 깔고 있는 듯 했다.
도민체전을 진행했고, 내년에는 제천한방국제바이오엑스포까지 열려 세계적으로 한방에 관심 있는 학자와 관광객들을 대거 유치해 향후 세계적인 '한방·관광도시'로 육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즈음 제천시가 무척이나 시끄럽다.
정부의 4대강 사업에서 단 한건의 사업도 배정받지 못한 제천시민들이 잇따라 울분을 토해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일 흥덕구청 회의실에서 열린 국토해양부의 4대강 살리기 지역설명회에 참석한 윤성종 제천 의림포럼 사무처장은 "4대강 살리기사업의 내용을 보니 제천에 대한 얘기가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아 유감스럽다.
제천은 충주호 담수면적의 64%를 차지한다"며 "2만 명 이상이 댐 건설로 고통받았는데 4대강 살리기 사업엔 청풍호반 개발사업이 빠졌다"고 성토했다.
심지어 도내 국회의원 중 유일하게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최고위원인 송광호 의원의 공약사업인 '한강 100리길 르네상스 사업'도 빠졌으니, 제천시민들이 느끼는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이 정부의 4대강 사업 배정현황을 볼때 최대 수혜지로 충주가 꼽히고 있는 데다 인근 단양군도 일부 사업이 반영되고 향후 별도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을 알고 있는 제천시민들의 울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물론 4대강 사업에서 배제된 중부 4군과 보은 등도 시끄럽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제천지역이 느끼는 소외감은 훨씬 큰 것으로 보여진다.
제천시의 굴욕은 이번만이 아니다.
충북 진천·음성지역에 조성중인 혁신도시 중 일부를 제천지역에 건설하는 문제가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고, 제천시민들은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충북도청 앞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곤 했었다.
충청고속도로 노선을 놓고 충주에서 원주로 빠지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될 때도 제천지역 민심(民心)은 분노를 넘어 울분에 가까웠다.
이처럼 제천의 굴욕이 이어지면서 일부에서는 '찬밥' 대우를 받느니 강원권에 편입돼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치세력을 반드시 심판하겠다는 말도 들려오고 있다.
도내 8개 선거구 중 유일하게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배출한 제천지역의 민심은 이제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소속 시장과 여당 송광호 최고위원의 입지까지 흔들어 놓을 기세다.
1996년 박달재 터널이 개통되고 수년 전 다릿재 터널도 개통됐지만, 아직은 청주에서 자가용으로 1시간 40분 이상 걸릴만큼 가깝고도 먼 지역이다.
청주에서 서울까지 이동하는 시간과 비슷한 제천이 충북의 중심축이요. 지역 발전을 위해 그동안 숱한 희생을 감수한 만큼 이번에는 정부와 충북도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시급하다.
그 첫번째 발걸음이 전폭적인 4대강 사업 반영이고 혁신도시를 대체할 수 있는 대형 국책사업도 반드시 제시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 ▲ 김동민부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