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완보 충청대 교수

 

[충청의창] 심완보 충청대 교수

요즘 대학 동아리 회원들이 활동하는 SNS 게시물 중에 모 종편방송국의 트로트 경연에 참가했던 곡들에 대한 유튜브 링크가 자주 올라오곤 했다. 몇 번 클릭하여 들어보았는데 노래들도 귀에 익고 참가자들의 노래실력도 뛰어나고 또한 그들의 살아온 인생 스토리들도 재미가 있어 경연 준결승은 직접 TV를 통해 보기도 했다.

예심 참가자 여성 1만 2천여 명으로 시작했던 경연이 마침내 지난주 평균 시청률 18.1%를 기록하며 우승자를 배출했다고 한다. 종편 사상 최고 예능 시청률이었으며 지상파와 종편을 합쳐 동 시간대 시청률 1위였다고 한다.

방송이 진행되면서 여성을 눈요깃거리로 활용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기도 했지만 아무튼 흥행은 대 성공이었다. 개인적으로 트로트를 좋아하지도, 해당 종편에 대한 이미지도 좋지 않았지만 종편 사상 이러한 성공을 거둔 것에는 흥미가 있었다. 갑자기 트로트에 대한 관심이 생겨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트로트는 한일합방 이후 상륙하였으며 대중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식민지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보급되어 필연적으로 전통음악과의 단절을 초래하게 했다고 한다. 1920년대 판소리를 누르고 주류 대중음악이 되었던 트로트는 이후 장구한 기간 동안 '주류'의 위치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70년대 중반 이후 음악다방 등의 분위기와 '대학가요제'가 붐을 업고 일거에 제도문화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트로트의 상대적 약화가 두드러지게 되고 40년간의 '주류'의 위치를 내놓게 된다.

이러한 부정적인 역사적 배경과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 트로트에 대해 부정적이고 매력을 못 느끼던 이들도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트로트에 대한 느낌이 좋아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힙합은 4,000㎐ 영역의 소리가 많은데 비해 중장년층이 좋아하는 트로트는 2,000㎐대에 소리 에너지가 집중돼 있다고 한다. 그런데 40대 이상이 되면 4,000㎐ 이상의 소리는 잘 들을 수 없어서 중장년층은 소리가 편안하게 잘 들리는 트로트에 열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트로트를 좋아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트로트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70년대에 10~20대 초를 보낸 이들이 트로트에 담긴 '스스로의 굴복'을 젊었을 때는 이해하지 못하다가 나이가 들면서는 세상에 굴복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옳지 않는 짓을 할 수 밖에 없었고, 게다가 그런 세상에 저항도 못하고 스스로 굴복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중년들이 트로트를 듣다 어느 날 문득 트로트의 가사가 자신의 이야기였음을 깨닫고 트로트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세상을 듣고, 보고, 느끼는 것은 모두 상대적인 듯하다. 나이가 들면서 우리의 신체적인 능력과 감이 달라지고 그로인해 다른 느낌을 갖게 된다. 상대방이 나와 다르게 느낀다고 비난하지 말고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서로를 인정하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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