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덕 장앤윤 법률사무소 변호사

[충청광장] 장광덕 장앤윤 법률사무소 변호사

가로수의 앙상한 가지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다시 푸르러지고, 따스한 햇살은 등줄기로 땀을 흐르게 한다. 오후 7시가 되어도 밖은 여전히 환하고, 벌들과 나비들은 분주히 각자의 일을 하느라 바쁘다. 5월의 나른한 오후의 풍경이라고 할까? 자연은 바빠 보이면서도 나름대로 규칙을 지키며 움직이는 듯 보인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처님오신 날’ 등 5월은 가정, 학교 그리고 종교 등에서 고마움을 표현하고 받는 달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린이날 어린이 사고가 많이 나고, 어버이날 부모와 자식 간 사고가 많이 나고, 부처님오신 날 불행한 일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사람들이 모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고 안 좋은 일도 있기 마련이다.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보면, 고마움 보다 아쉬움이나 서운함이 더 커질 때가 있다. 또 한편으로는 분주하다 못해 안전감을 상실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어린이날 어린이 교통사고는 평소의 2배 가까이 된다고 한다. 야외활동이 많으니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지리라 짐작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조금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필자는 가끔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보곤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어린이들은 한 손을 번쩍 들고 주의를 살펴가며 횡단보도를 건넌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만 보고 건너거나, 심지어 스마트폰을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넌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느라 길거리에서 고개를 숙이고 걷는 사람들은 사고의 위험이 더욱 커 보인다. 이들은 마치 넋 빠진 시체인 좀비와 같다고 하여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를 합성하여 ‘스몸비(smombie)’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교통신호기와 운전자를 매우 신뢰하는 듯 보인다.

필자가 변론하였던 횡단보도 사고들은 대부분 운전자의 과실로 인한 인명사고였다. 보행자들은 거의 대부분 신호를 준수하였지만, 운전자들은 신호를 위반하거나 교통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교통사고 중 대인사고의 경우, 운전자와 보행자 사이에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 운전자는 보행자가 신호를 지킬 것이라고 믿고 운전을 하였다는 이유로 과실책임을 면할 수 없다. 하물며, 보행자가 신호를 지킨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사람들에게 신호기가 없는 교차로나 횡단보도에서 보행자와 운전자 사이에 누가 우선하는가를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행자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보행자와 운전자가 만나는 경우, 대부분의 보행자들은 멈칫하고, 운전자는 대담하게 보행자에 우선하여 가던 길을 간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보다 차가 우선이라는 생각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운전자라면 갑자기 뛰어드는 보행자를 향해 ‘야!, 너 죽고싶어?’라는 말을 하였거나, 속으로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행자가 되었을 때는 차에 진로를 양보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운전자는 사람의 통행이 금지되는 곳이 아니라면 운행 중 길을 건너는 사람을 만났을 때, 무조건 정차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차보다 우선이기도 하지만,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 면책받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양보해야한다. 미국의 경우, 운전자는 신호기가 없는 교차로에서 스톱(STOP)사인이 있으면 사람이 있건 없건 무조건 정차하여야 한다. 법규를 통해, 사람이 차에 우선한다는 깊은 인식이 뿌리내린 것이다.

5월의 벌과 나비들은 나름대로의 규칙을 지키며 자연에 생명을 불어 넣고 있다.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5월에 교통사고로 인해 피해자는 소중한 생명과 신체를, 가해자는 자유와 재산을 잃게 되는 일이 없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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