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천 입시학원장

 

[목요사색] 정우천 입시학원장

‘아싸’라는 말을 들은 것은 10여 년이 넘은 것 같은데, 요즘은 이 말에 더해 ‘인싸’라는 말이 부쩍 많이 들려오고 심지어 방송에서도 심심찮게 사용된다. 급식체(급식 먹는 학생들이 쓰는 말)로 시작돼 사회 전반으로 퍼진 용어로 어떤 면에서는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싸는 outsider의 줄임말로 어떤 집단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사람을 일컫고, 인싸는 insider의 줄임말로 집단에 잘 적응해 무리에 섞여 있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에 더해 인싸 중에 핵심이 되는 인물이란 뜻의 핵인싸라는 단어도 자주 사용된다.

용어의 탄생조차 그다지 아름답지 못한데 아싸에서 인싸와 핵인싸로 용어가 진화하는 것은 사회생활의 기준이 점점 높아지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아싸만해도 소외되지만 않으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지만 인싸는 소외를 넘어 집단에 속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더욱이 핵인싸는 집단 내에서 주도적이어야 한다는 좀 더 적극적인 강박감이 배어있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우리는 실제 접하는 사람들과만 비교되는 소박한 경쟁 사회를 넘어 훨씬 더 넓은 무한 비교와 경쟁에 시달리게 되었다. 여론조사가 일반화되고 포털사이트의 실시간검색 순위나 영화예매순위 등도 대중에게 소외되지 않고 자신도 그 집단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증을 반영한다.

진화의 역사를 보면 어떤 형태의 소셜네트워크든 많이 확보해야 생존확률이 높아진다. 지적이나 육체적 능력에서 뒤지지 않는 네안데르탈인이 멸종하고 호모사피엔스가 지구를 점령한 것도 협업할 수 있는 사회성 때문이라 한다. 결국 진화적으로 인간은 집단에 소속되려고 하는 강한 본능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이 어느 집단 일원인가의 여부가 그의 정체성에 큰 부분을 보여준다. 하지만 집단외부에 대한 공격성을 갖는 것이 집단의 일원으로서 정체성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문제이다. 여기서 왕따나 집단 따돌림 문제가 발생하고 범죄적 형태로까지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상처 입은 동물이 가장 손쉬운 사냥감이 되는 자연계의 법칙은, 인간세계도 동일하다.

인싸, 아싸 라는 말은 줄여 쓴 표기법도 불편하지만, 안쪽에 속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더욱 불편한 것 같다. 현실은 안쪽에 속한 사람뿐 아니라 바깥에 거하는 사람도 있고 중간에 거하는 사람도 있으며, 왔다 갔다 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통계학의 석학 한스로슬링의 통찰처럼 세상은 오히려 흑과 백의 중간지대인 회색지대에 더 많은 사람이 몰려있음이 사실이다. 사회성의 차이에 의한 아싸와 인싸 그리고 그사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중간지대에 대한 이해와 공존이 성숙한 사회의 기본일 것이다. 생명체 중에 질량의 합이 가장 큰 생명체는 현화식물(꽃을 피우는 식물군)이고, 개체 수가 가장 큰 동물로는 곤충이라고 한다. 곤충과 현화식물은 서로 식량을 공급하고 수정을 도와주는 공생으로 서로의 번성에 도움을 주었다. 공생이야말로 번영의 기본이라는 자연계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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