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영 서원대 교수

 

[살며생각하며] 황혜영 서원대 교수

처음 볼 때는 별로 관심이 안 느껴지던 대상이 어느 순간 확 마음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 남편이 지내는 양천향교 근처 오피스텔에 나도 가 있을 때가 있다. 한 건물이 저층 부분은 두 동으로 분리되어 있는데 두 동 사이 1층 넓은 통로에 한 손에 흰 둥근 모양을 들고 있는 인조인간 같은 커다란 사람 형상 조형물이 있다. 건물을 드나들 때마다 지나치지만 한 번도 가까이 가서 제목을 본다든가 한 적은 없다. ‘하늘색도 아니고 파란색도 아닌 어중간한 색상의 예쁘지도 않은 작품을 갖다놓았네’ 하고 스쳐 생각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신문에서 베트남 후에시에 선물한 유영호 작가의 ‘인사하는 사람Greeting man’이라는 작품에 관한 기사를 보았다. 양손을 허리 옆에 붙이고 공손하게 살포시 고개를 숙인 푸르스름한 색상의 남자 조형물인데 화해와 소통,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담은 한국식 인사를 표현한 것이라 한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져 검색을 해보았더니 ‘그리팅 맨’처럼 단색의 사람 형상 조형물들이 여럿 있었다. 작가의 다른 유형 작품 중에 엿가락을 자유롭게 휘어놓은 듯이 긴 조형물 끝의 단면에 ‘꿈’이라는 글자가 있는 <꿈>은 마침 음악과 인문학 교양수업의 꿈 테마와 연관되어 사진을 캡처해 수업에서 보여주었다.

얼마 뒤에는 오피스텔에서 김포공항까지 걸어가 보았다. 늘 지하철로만 다니다 지상을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공항 주변 공원에 마주 선 두 남녀가 두 손을 내밀어 흰 공을 들고 있는 조형물이 보였다. 작품의 푸르스름한 색상을 보는 순간 혹시 ‘그리팅 맨’과 같은 작가 작품일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얼른 찾아보았다. 유영호 작품이 맞다. ‘연인lover’이라는 작품으로 사랑하는 감정을 처음 확인하는 남녀의 영원한 사랑을 나누는 감정을 두 남녀가 맞잡고 있는 둥근 흰 빛의 공으로 표현하였다 한다. 작품만 봐도 그 작가를 떠올릴 수 있게 만든 것을 보니 작가 나름의 자기 스타일이 있구나 싶고 확인해보기 전에 먼저 작가를 알아본 것도 내심 흐뭇했다.

그때 문득, 정말 갑자기, 혹시 마곡 오피스텔 조형물도 같은 작가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치 않은 모노톤의 푸른 색상이 서로 연결되게 느껴졌다. 확인해보니 역시 유영호 작품이다. 제목은 <빛을 주는 사람>(2015)이다. “빛을 들어 이 빛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사람을 형상화 한 것으로서, 미래에 대한 밝고 힘찬 신인류의 비전을 표현한 것이다.”라고 제목 아래 적혀있다. 순간 작품이 완전 달라 보이면서 내 마음속에 쏙 들어왔다.

그때는 낮이었는데 제목을 보다보니 남자가 들고 있는 흰 공 모양에 불이 들어오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어두울 때도 지나다녔으면서도 공에 불이 들어왔었는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혼자 청주에 내려온 뒤라 어두울 때 공에 불이 들어오는지 궁금하다고 했더니 저녁에 마곡에서 사진 한 장이 왔다. 사진에는 보름달처럼 둥근 공에 환한 빛이 들어와 있었다. 어느새 내 마음에도 환한 빛이 하나 들어왔다.

▲ 유영호, <빛을 주는 사람>(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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