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 관계 … 불합일 땐 부작용 야기

인간과 자연은 한 몸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므로 자연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는 한편 자연에 다양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이 서로에 유익하면 공존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공멸의 길로 간다. '동의보감'은 인간과 자연의 일체를 가장 중시하여 첫머리에 이를 선언하고 있다.

"천지에 존재하는 것 가운데 사람이 가장 귀중하다. 둥근 머리는 하늘을 닮았고 네모난 발은 땅을 닮았다. 하늘에 사시(四時)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사지(四肢)가 있고, 하늘에 오행(五行)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오장(五臟)이 있다.하늘에 육극(六極)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육부(六腑)가 있고, 하늘에 팔풍(八風)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팔절(八節)이 있다. 하늘에 구성(九星)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구규(九竅)가 있고, 하늘에 십이시(十二時)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십이경맥(十二經脈)이 있다. 하늘에 이십사기(二十四氣)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24개의 수혈(輸穴)이 있고, 하늘에 365도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365개의 골절(骨節)이 있다. 하늘에 해와 달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두 눈이 있고, 하늘에 밤과 낮이 있듯이 사람은 잠이 들고 깨어난다. 하늘에 우레와 번개가 있듯이 사람에게는 희노가 있고, 하늘에 비와 이슬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눈물과 콧물이 있다. 하늘에 음양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한열이 있고, 땅에 샘물이 있듯이 사람에게는 혈맥이 있다. 땅에서 풀과 나무가 자라나듯 사람에게는 모발이 생겨나고, 땅 속에 금석(金石)이 묻혀 있듯이 사람에게는 치아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사대(四大)와 오상(五常)을 바탕으로 하여 잠시 형(形)을 빚어 놓은 것이다."

과학의 발달과 함께 인류는 자연과의 공존보다는 착취에 심혈을 기울어왔다. 불과 몇 백 년 만에 지구의 표면은 많은 생채기를 안게 되었고 이는 기후변화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알량한 과학지식이 인간과 자연을 파악했다고 자만하면서 자행된 만행의 결과다. 구미 각국이 환경보호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속셈도 있지만 파괴한 환경의 결과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자연의 파괴는 인간을 병들게 한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은 식용수 부족을 야기했고, 화석연료의 남용은 각종 오염과 기후변화를 야기했다.

마구잡이식 도시개발은 순풍을 방해하고 역풍과 적풍(賊風)을 형성하여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적풍이 인체에 있어 중풍 등 중병을 야기하듯이, 사회에 있어서는 시스템 마비나 편중 등을 야기한다.

기후 변화는 인간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다양한 개발 사업이 자연을 최대한 활용하여 인간에 유익하게 한다는 명분하에 시행되지만, 결과적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에 해를 끼쳐 개발이익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을 야기한다.

자연의 착취를 넘어서 이제 생명에까지 착취를 감행하고 있다. 생명공학이라는 미명하에 유전자 조작 등 생명을 상품화하는 행위가 버젓이 감행되고 있다.

이는 자연의 파괴보다 더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다.

자연과 인간은 인지로 완전히 파악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우매한 자는 자신의 업적이라 자만하지만, 현명한 이는 자연과 생명 그리고 신께 감사한다.

자연과 인간의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자연과 인간의 속성을 변형하는 작금의 도전은 천려일실의 조그만 실수라도 재앙을 초래함을 알아야한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유기체이므로 인간은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자연이 주는 계절과 밤낮의 변화는 인간을 유지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인체의 모든 활동이 계절과 밤낮에 맞추어져 있듯 자연은 인간에 있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인간은 자연을 본받아 사대오상으로 구성되어 항시 자연과 호흡을 같이 한다.

한의학은 인간과 자연의 합일을 바탕으로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는 학문이다.

▲ 박 성 규 예올한의원 원장 한의학 전문위원·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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