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2장 부어라 마셔라
| ▲ <삽화=류상영> |
"조합장님도 별 말씸을 다 하시네. 내 평생 몸을 푼 여자가 잉어를 보약으로 먹는다는 말은 들어 봤어두, 츠녀가 보약으로 잉어를 먹는다는 말은 못 들어 봤구먼."
"우체국장님은 안즉 경화 맛을 안 본 모냥이구먼. 우째서 경화가 츠녀야 츠녀긴?"
소방대장 최천득이 얼굴 표정도 바꾸지 않고 점잖은 얼굴로 끼어들었다.
"허! 그람 소방대장님은 경화 맛을 봤다는 야긴가?"
경화의 엉덩이며 허벅지를 바쁘게 만지고 있던 우체국장 김명식의 얼굴은 웃고 있지만 목소리에는 가시가 돋혀 있었다.
"우체국장님 소방대장님이 하시는 말씀은, 경화 자가 처녀라는 말은 안직 얼라라는 뜻이지 별 뜻은 없을낍니더. 경화 자가 말은 헤퍼도 몸은 엄청 간수를 잘하는 아입니더."
아직 술판이 끝나려면 멀었다. 이제 겨우 본격적인 술판을 앞두고 흥을 돋우기 위하여 맥주로 입가심을 하고 있는 중이다. 김명식과 최천득 때문에 판이 깨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모서댁이 얼른 끼어들었다.
"나두 다 알고 있구먼. 말이 그렇다는 말이지 머. 요렇게 이쁜 색시가 몸을 걸레처럼 굴릴리는 읎잖여. 내 말이 틀렸는감?"
"역시 제 맘을 알아주는 분은 국장님 밖에 안 계시느만유. 자, 그런 의미에서 제 술 한잔 받으셔유."
경화는 몸을 섞은 적이 있는 최천득을 샐쭉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나서 김명식에게 두 손으로 술을 따랐다.
"교장선생님도 제 술 한잔 받으시이소."
모서댁이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맥주병을 들어서 손문규를 바라보며 말했다.
"모서댁 참말로 섭햐. 여기 온 지가 한 시간이 넘는다는 거 알고 있는지 모르겄구먼. 교육자 체민에 손 벌릴 수는 읎고 언지 쯤 술 한 잔 읃어 먹을랑가 목을 빼고 앉아 있었는데 인지서야 내 차례라는 기 말이나 되능겨?"
"교장선생님두, 처음부터 제가 술을 따라 드릴라고 안 했능교. 칸데 교장선생님 앞에 술잔이 빌 때가 없어서, 술잔이 비기를 하마하마 하며 기다렸다 안 합니꺼."
"난 또 그른 줄도 모르고 늙었다고 차별하는 줄 알았지 머여. 흐흐흐……"
말과 다르게 아직도 얼굴이 번들번들한 손문규는 능글맞게 웃으며 술 잔을 내 밀었다.
"모서댁이 그렇게 말하믄 나는 섭하지. 교장선생님만 챙기고 나는 구석에 앉았다고 해서 찬 밥인겨?"
연초조합장인 김승수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해벌적한 얼굴로 모서댁을 바라본다.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모서댁의 나이는 갓 마흔이 넘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서댁에서 풍기는 냄새는 이십 대 초반이라는 명월이나 경화에게 비견할 바가 아니다. 술에 찌들고, 남정네의 손길에 마르고 닳은 그네들에게서는 달짝찌근한 호박꽃 냄새가 난다면, 남자들의 손길을 쉽게 접근시키지 않은 모서댁한테서는 잘 익은 상큼한 사과 냄새가 난다. 옷차림새만 해도 그렇다. 그네들이 포목점에서 파는 기성 한복을 입은 탓에 입김만 불어도 치마끈이 술술 풀어 질 것 같았다. 맞춤 한복을 단아하게 차려 입은 모서댁의 한복 끈은 삼으로 꼬아 만든 밧줄보다 질길 것처럼 보였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