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18을 소재로 한 대작영화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가 당시 계엄군과 공수부대의 시위대 진압상황에 대한 사실적 묘사로 관심을 끌면서 소재 자체가 갖고 있는 정치적 민감성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화려한 휴가'는 10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제작비뿐 아니라 아직도 아물지 않은 한국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인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을 당시 광주시민의 입장에서 사실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제작 초기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영화제작사인 기획시대의 유인택 대표가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의 친동생이란 사실도 영화의 정치성을 부각시키는 데 일조했다.



비록 제작사나 감독은 "정치나 이데올로기를 다룬 영화가 아니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라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있지만 '화려한 휴가'를 정치적 속성이 전혀 없는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5ㆍ18을 발판으로 정권을 잡게 된 세력의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는 정당이 여전히 우리 정치계의 중심 세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반대쪽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참여정부의 중추세력 역시 5ㆍ18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5ㆍ18은 '화석화된 역사'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는 역사'다.



영화 속에서는 시민군의 대장으로 출연하는 안성기가 5ㆍ18 당시 실권자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을 지칭하며 '전 장군을 만나게 해달라'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또 영화 결말부에서는 현 정권의 핵심세력들이 청와대에서 합창을 했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운동권의 상징적 민중가요인 '임을 위한 행진곡'이 비장하게 연주되며 대미를 장식한다.



물론 영화 자체가 5ㆍ18 당시의 정치적 상황이나 권력 암투를 상세히 그리기보다는 이름도 없이 스러져간 갑남을녀(甲男乙女)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춘 것은 맞지만 5ㆍ18이란 소재 자체가 갖고 있는 강렬한 정치적ㆍ역사적 상징성은 이를 결코 단순한 신파 드라마에 그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다.



영화가 개봉돼 흥행에 성공할 경우 민감한 대선정국에서 이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는 정치권의 의도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소재의 속성상 상당수의 정치인들이 극장을 찾을 가능성이 높고 이들의 동태나 감상평이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될 경우 '화려한 휴가'는 제작진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에 휩쓸릴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화려한 휴가'의 투자ㆍ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정치적 의도를 갖고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보는 사람이 굳이 그렇게 보고자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니겠느냐"면서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그날의 광주'를 기억해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감독도 "'화려한 휴가'를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정치나 이데올로기가 아닌 '사람'"이라며 "진정성을 갖고 만들었으며 개인적으로 (대구 출신이기 때문에) 참회의 심정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상경, 이요원, 안성기 등이 주연을 맡은 '화려한 휴가'는 26일 개봉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