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춘천 레고랜드 사업 시공사 선정 알면서도 재도전

[충청일보=이정규기자]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가 시공사가 선정된 줄 알면서도 입찰에 응하면서 중소 건설사의 일감마저 빼앗으려 하는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20일 강원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사업에 영국 멀린사가 투자자로 나서면서 시공사를 재선정키로 결정, 현대건설이 이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레고랜드 테마파크는 춘천 의암호 섬인 중도 129만1434㎡의 부지에 레고를 주제로 한 놀이공원, 호텔, 상가, 워터파크, 아웃렛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강원중도개발공사(GJC·강원도 출자 특수목적법인·전 LLD)가 지난해 3월 STX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해 1년이 넘도록 공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영국 멀린사가 사업비를 직접 투자한다고 나서면서 사업 주체가 GJC(강원중도개발공사)에서 멀린사로 넘어갔다.

그러면서 기존 시공사인 STX 건설이 아닌 대기업인 현대건설로 시공사가 변경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중소건설사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미 시공사가 선정돼 있음을 알면서도 입찰에 참여하는 것은 업계 '불문율'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대건설은 이 사업에서 당초 한차례 발을 뺀 이력이 있어 이 같은 비난을 자초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업 초기 설립된 특수법인의 주주 및 시공사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사업이 진전되지 않자 2016년 본공사 합의를 해지하고 GJC 주주 및 협약 당사자 탈퇴를 선언했다.
 

 

사업은 2017년 4월 대림건설이 시공계약을 체결했지만 책임준공확약 미이행과 GJC 공사비 미확보로 그해 12월 다시 해지됐다.

강원도의회는 이를 이유로 강원도지사 사퇴까지 거론하며 압박했고, 지난해 3월 GJC와 STX가 시공계약을 체결했다.

STX건설은 공사비중 절반(약 800억원)이 외상공사라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계약 체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지난해 12월 강원도와 GJC가 영국 멀린사로 사업권 이전 협약(MDA)을 체결했고 멀린사는 시공사 선정을 위해 입찰을 진행했다.

문제는 멀린의 직접투자를 내용으로 하는 실행협약(MDA) 협상과정에서 STX 승계문제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으면서 시공사가 2개가 나오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만들게 됐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만일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될 경우 강원도가 출자한 GJC는 STX로부터 수백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에 처할 위기에 놓이게 됐다.

강원도와 GJC의 꼼꼼하지 못한 행정 처리가 자칫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게 될 상황에 몰리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강원도에서는 현대건설측에 컨소시엄 구성 등 다양한 방안을 요청했지만, 특별한 대답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찌됐든 이러한 모든 과정을 알고 있는 현대건설이 굳이 사업에 재참여한 행동에 대해 중소건설사들은 적절치 못한 모습이라며 실망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중소건설사의 한 대표는 "대형 건설사들이 중소 건설사들을 배려하지 않고 있는 일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국내 건설업계의 맏형격인 현대건설의 이 같은 행위는 이해하기 어렵다"며 "현 정부가 상생을 중시하며 정책 기조를 펼치고 있는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현대건설은 레고랜드 건설 재참여에 대한 이유와 중소건설사들의 비난 목소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해 (수차례 요구에도)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