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전 오근장동장

[충청시론] 김복회 전 오근장동장


산이 좋아 시작한 숲 해설가 양성 과정이 거의 끝나 가는데 과정이 그리 녹녹치 않다. 지난달에는 현장 실습을 5일이나 나갔다.  그동안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직접 부딪혀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실습지를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했다. 주로 어린이집 원아들이 왔다.

드디어 노란버스가 들어오고 설레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잔디밭으로 안내하여 토끼풀로 팔찌를 하나씩 만들어 채워주었다. 서로 먼저 해달라며 앙증맞은 손을 내민다. 토끼풀 팔찌를 차고 엄마 얼굴 그려보기로 했다. 하얀 종이 위에 그려지는 엄마 얼굴은 멋진 낙서장이 된다. 한손으로 셈을 해도 손가락 한 개가 남는 네 살 아이 눈에는 엄마 얼굴은 무한대인가 보다.

열심히 그린 엄마 얼굴을 줄에 매달아 놓으니 아이 숫자만큼의 추상화들이 바람에 나부낀다. 다시 아이들과 숲으로 이동하는데 한 아이가 "네네님"하고 부른다. 선생님이라는 발음이 안 되어 "네네님"이라 불렀던 우리 손자 같아 그만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러자 옆에 있는 아이들이 서로 안아 달란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아이들이 돌아가자 담당 강사가 아이들을 안아주지도, 손을 잡아 주지도 말란다. 엄마, 아빠와 함께 하지 못하는 그리움이 큰 아이들이라 감당을 못한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손자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5일간의 실습을 마치고도 아이들 모습이 자꾸 눈에 아른 거린다. 전화로 딸에게 실습 때 있었던 얘기를 하니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며 많은 걸 공감 한단다. 딸은 직장을 그만두고 손자 육아만을 전담하고 있다. 어린이집 종일반에 4년을 보냈던 손자는 지금은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엄마 손이 필요한 아이를 위해 과감히 사표를 낸 딸을 필자는 적극 응원했다. 엄마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니 유치원도 가기 싫다고 하고, 밖에서 같이 놀자고 보챈단다. 유치원에도 가기 싫을 만큼 엄마랑 놀고 싶단다. 출근하는 제 아빠에게도 "아빠, 나 오늘 집에 일찍 올 거야." 하며 좋아 한단다.

엄마가 그렇게 좋은데 하루 종일 떨어져 있으면서 얼마나 보고 싶었을까. 그것도 제일 일찍 가고 제일 늦게 데리고 왔으니 왜 안 그랬겠는가. 엄마랑 놀고 싶다는 손자의 말이 자꾸만 매달려 가슴이 먹먹해진다. 딸이 직장도 그만 두었으니 둘째를 낳았으면 좋겠는데 하나도 키우기 힘들다는 딸에게 내가 도와줄게 딸 하나 더 낳으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저출산이 큰 사회적인 문제다. 결혼도 기피하고, 아이도 낳지 않으려하는 세태를 보며 고민만 깊다. 이젠 동네 골목에서도 아이들 보기가 어렵다.

어쩌다 노란 어린이집 가방을 멘 아이를 보면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다. 딸이 퇴직 후 7개월 만에 손자를 맡기고 전 직장동료를 만나러 갔는데 집에서 눈물 콧물 뿌리며 울고 있는 엄마 바라기 손자가 오히려 행복해 보이는 건 왜일까? 이 땅에 소중하고 귀한 많은 자식들의 웃음과 울음소리가 골목에 울려 퍼질 날을 기대하며 둘째 손자를 안아볼 날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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