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서 물을 대기 위해 사용했던 용구

▲ 용두레

용두레는 한쪽에 괸 물을 옮기거나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물을 퍼 올릴 때 쓰는 도구이다.

삼국시대부터 한국의 지형과 인력에 맞게 고안되어 사용된 용두레는 우리의 농촌 사회에서 물을 대기 위해 사용했던 대표적인 용구 중의 하나였다.

훈민정음해례 '드레'나 농가월령가의 '길고'는 용두레를 가리키는 말로 전남 영광에서는 '통두레'라고도 하며, 지역에 따라서 파래·품개·풍개 등으로도 부른다.

용두레의 형태를 살펴보면, 우선 몸통은 1.5m되는 통나무를 배 모양으로 길쭉하게 파서 만들게 되는데, 앞쪽을 넓고 깊게, 뒤쪽은 좁고 얕게 파내어 만든다. 몸통의 가운데 양쪽에는 작은 구멍을 뚫어 가는 나무를 끼우고 여기에 끈을 매게 된다. 그리고 이 끈은 세 개의 긴 작대기를 삼각뿔 모양으로 모아 세운 꼭대기에 매어 몸통을 적당히 들어올리도록 했으며, 몸통 끝에는 손잡이가 달려서 이것을 쥐고 앞뒤로 흔들며 물을 퍼 올릴 수 있게 했다.

또한 나무통 윗부분에는 들어온 물이 넘치지 않도록 나무 조각을 가로대는 슬기를 발휘하기도 했으며, 줄의 길이를 조정할 수 있어 지형에 맞게 사용이 가능했다.

용두레의 무게는 약 7㎏ 내외로 몸통에는 보통 두말(36ℓ, 1말=18ℓ)의 물이 실리게 되는데, 혼자서 1시간에 15∼20의 물을 풀 수 있다.

흔히 논 한 귀퉁이에는 가뭄에 대비해 물을 가둬두는 둠벙을 만들게 되는데, 이 둠벙의 물을 퍼 올리기 위해 용두레를 사용하게 된다.

용두레는 삼각뿔 모양으로 세운 장대 사이에 새끼줄로 나무를 파서 만든 기다랗게 생긴 두레박을 매달아 사용하기 때문에 혼자서도 힘들이지 않게 물을 퍼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용두레는 가장 안정된 삼각구도의 원리를 이용하고 물높이에 따른 높이 조절의 용이함과 긴 두레박을 추처럼 매달아 사용해 적은 힘으로 많은 물을 동시에 퍼 올릴 수 있도록 고안된 도구로써 전통사회에서 첨단 양수기 역할을 톡톡히 했던 우리 겨레의 과학기술 도구였다.

▲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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