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부 2장 부어라 마셔라

▲ <삽화=류상영>

공짜 술에 매향이 엉덩이나 주물러주겠다는 생각으로 제일 먼저 상주옥에 도착했었다. 그러나 목욕탕에 갔다가 뒤늦게 들어 온 매향아 이동하에게 착 안겨있는 모습을 보는 순간 기분이 팍 상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가 풍문으로 들은 말을 불쑥 던졌다.

"허허! 첩이 하나도 아니고 열 명씩이나 있는 놈이 억울해서 워티게 죽었을까나. 원통하고 섭섭해서 눈도 지대로 못 감고 죽었을끼구먼……"

김명식은 이동하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슬그머니 입을 다물었다. 이동하가 씨받이로 얻은 들례를 첩처럼 끼고 산다는 것이 뒤늦게 생각났기 때문이다.

"첩을 열 명을 읃든 백 명을 읃든 그건 지 능력잉께 이 자리에서 왈가불가 할 이유는 읎지. 하지만 그런 호색한이 국회의원도 아니고 나라를 다스리는 대통령 선거에 나왔었다믄 민주당도 문제가 있다는 거지."

이동하의 얼굴이 굳어지는 것을 본 김치수가 재빠르게 두리뭉실하게 이동하를 다독거렸다.

"부면장님이 현 상황을 걱정하시는 점은 잘 알겄슈. 하지만 지 생각은 서울하고 여기하고 사정이 같다고 볼 수는 읎을 거 가튜."

오병록이 심각한 얼굴로 생각을 하다가 마침내 정리를 했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워치게 다르다능겨? 서울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닌감?"

손문규가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는 얼굴로 반문했다.

"지가 직접 한강 갱변으로 가서 거기 모인 놈들의 면면을 살펴보지 않아서 단정을 지을 수는 읎지만 대충 감은 잡을 수 있슈. 우신, 위대하신 각하의 덕을 본 사람들은 거길 절대로 안 갔을 거 아뉴?"

"그려. 만약 그런 놈이 있다믄 당장 이 나라에서 일본 같은데로 쫓아 내뻐려야지."

손문규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신 후에 다시 명월의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한마디로 말해서 공무원이나, 회사원, 아니믄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은 거길 안 갔을 거라 이거쥬. 그라믄 누가 거길 갔냐? 농촌에서 땅 한 쪼가리 읎이 머슴질이나 했던지, 품일이나 해 처먹던 놈들이 지게꾼 질이라도 해 처먹을라고 서울로 기어 올라간 놈들이 태반일 거라 이거쥬."

"조합장이 먼 말을 할련지 알것 같구먼. 계속해 보슈."

이동하가 담뱃재를 재떨이에 톡톡 털며 말했다.

방문이 열렸다. 모서댁이 음식이 다 됐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짓으로 기생들을 불렀다. 기생들은 일제히 일어나서 치맛단이 방바닥에 닿지 않도록 치마폭을 손가락으로 잡을 듯 말듯 감아올려 잡고 밖으로 나갔다.

오병록은 긴장한 얼굴로 손바닥을 말아 쥐어 가볍게 기침을 한 다음에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랑께, 그 머여, 그 날 갱변에 모인 작자들 중 팔구십프로는 촌에서 기어 올라간 작자들일 거라 이 말유. 한마디로 가진 거라고는 쥐뿔도 읎는 놈잉께 이판사판하는 심정으로 거기로 끄대 갔을 거라 이거유. 하지만 여기 남아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비록 땅떼기가 읎어서 여기저기 놉으로 불러 댕김서 풀칠을 하는 형편이래도, 서울로 올라 갈 배짱도 읎는 사람들 아니겠슈?"

"옳지. 우리보다 낯살이 한 개라도 적은 조합장이라 생각하는 기 현대적이구먼. 계속해 보게."

오병록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손문규는 자기 무릎을 찰싹 내려치면서 역시 젊은 사람이 틀리다는 얼굴로 재촉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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