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의 근원 … 부족시 질병 발생

생체 에너지를 기(氣)라고 한다. 태초(太初)에 기(氣)가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형(形)과 질(質)이 만들어져 만물이 형성되었으니 기(氣)의 움직임은 만물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생명의 탄생에 있어서도 수태에서 임신에 이르는 과정이 우주의 생성과 유사하다. 부모의 기(氣)가 동하여 형과 질이 형성되는 과정이 임신초기에 이루어진다. 새 생명의 탄생은 새로운 우주의 창조라 할 수 있다.

바람은 자연에서의 기를 대표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누구나 느낄 수 있다. 기의 흐름이 순조로우면 부드러운 순풍이 되어 만물을 키우고, 기의 흐름이 편중되면 거센 폭풍이 되어 무자비하게 공략하며, 기의 흐름이 막히면 죽음의 고요가 형성되어 만물을 썩게 한다.

봄에 부는 훈풍은 만물을 자라게 하며, 여름의 폭풍은 강인한 생명력을 키우고, 가을의 선선한 바람은 장마의 습기를 제거하면서 열매를 맺게 한다. 겨울의 삭풍은 안으로 움츠리는 생명을 강인하게 하여 다가오는 봄에 보다 강한 순발력으로 솟아오르게 한다. 계절에 맞는 바람이 적절하게 불면 풍년을 맞이하게 되며, 그렇지 않으면 자연과 인간이 병들게 된다.

물의 흐름은 눈에 보여서 모든 이가 쉽게 이해되나 바람의 흐름은 피부가 느끼는 바라 이해하기가 한결 어렵다. 이것이 인체에 적용되면 혈(血)과 기(氣)가 되는데, 많은 이들이 혈의 흐름은 이해해도 기의 흐름은 종내 이해하지 못한다.

기는 생활 깊숙이 침투한 용어이기도 하다. '기가 세다' '기운이 없다' '숫기가 없다' 등 알게 모르게 기의 흐름과 관련된 용어들을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그 의미를 누구나 이해하고 있다.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기계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기'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자연의 기가 만물을 영위하듯이 사람도 기를 통하여 삶을 영위한다.

호흡을 통하여 하늘기운을 흡수하고 음식을 통하여 땅기운을 흡수한다. 하늘기운은 바로 폐(肺)로 흡수되고 땅기운은 위(胃)를 통하여 폐에 전달되며, 오장육부와 신체 각 부분이 모두 그 기를 받는다.

그중에 맑은 것은 영기(榮氣)가 되어 맥 안을 흘러 몸을 영양하고, 탁한 것은 위기(衛氣)가 되어 맥 바깥을 흘러 몸을 보호한다. 영기(榮氣)는 밤낮에 상관없이 몸통과 사지 그리고 오장육부를 운행하나, 위기는 낮에는 몸통과 사지의 바깥을 운행하고 밤에는 안으로 들어가 오장육부에만 운행한다.

잠잘 때는 위기의 보호를 받지 못하므로, 음식은 아무 곳에서 먹더라도 잠은 집에서 자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상 시 익숙한 아늑한 공간에서 잠을 자야 숙면을 취할 수 있다.

본 칼럼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였듯이, 생활을 규칙적으로 영위하고 마음을 편안히 하는 것은 기의 흐름을 순조롭게 하여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 된다. 식사와 수면 등 생활을 규칙적으로 영위하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며 저녁을 가볍게 먹고 아침을 넉넉히 먹으면, 왕성한 기가 생성된다. 더불어 마음을 편안히 하고 산책 등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기의 흐름이 순조롭게 된다.

기가 부족하거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면 병이 된다. 식사나 수면 등 생활이 불규칙하면 기의 생성에 문제가 생겨 기가 부족하거나 막히기 쉽다. 게으르거나 운동이 부족하여도 기의 흐름이 느려져 기부족 현상이 생기거나 울체되기 쉽다.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받거나 감당할 수 없는 큰 스트레스를 받거나 스스로 하고자하는 일을 이루지 못하여 욕구불만이 생기면 기의 흐름이 순조롭지 못하여 병이 생긴다.

기를 급격하게 사용하면 기의 폭주가 일어나 마치 폭풍우가 쓸고 지나간 것 같은 상처를 남긴다. 젊을 때는 이러한 변화를 견디어내기 쉽지만 나이가 들면 이러한 변화를 견디지 못하여 쓰러지게 되는데, 중풍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 박 성 규 예올한의원 원장 한의학 전문위원·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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