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교육의 눈]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언제부턴가 지인들을 만나면 우리 교육 이야기가 대화 소재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여러 교육 현안 중에서도 특히 학생들의 일탈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이 2만원을 준다는 친구의 제안에 수업 중인 교사의 머리를 때렸다는 이야기, 다른 학교에선 교사에게 담배를 빼앗긴 학생이 담배를 되돌려 주지 않는다고 멱살을 잡았다는 이야기, 또 다른 학교에서는 시험 문제가 어려웠다고 교사를 찾아가 면전에서 욕설을 했다는 이야기...

이러한 현실이 전혀 새롭지 않을 정도로 매스컴을 통해서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된 지도 오래이다. 일련의 상황들은 아이들이 불행해서 일어난 것인지 행복해서 일어난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비정상적인 행동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가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작가 헨리 빈터펠트(Henry Winterfeld)의 '아이들만의 도시'라는 어린이 소설을 생각해 보았다. 작품은 독일의 작은 도시 팀페틸에 사는 아이들이 해적단을 조직하고 나쁜 짓을 일삼자 어른들이 모두 도시를 떠난다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도시의 아이들은 등교할 시간이 훨씬 지난 후에 일어나 부모를 찾지만 부모는 없고 욕실에는 물이 나오지 않으며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다. 허둥대던 아이들은 부모들이 남긴 쪽지를 발견한다. "나쁜 짓을 일삼는 아이들아! 우리 부모들은 이제 지쳤다. 더 이상 너희들의 말썽을 참을 수가 없구나. 우리는 너희가 올바르게 되도록 가르치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이제부터 어른들 없이 한 번 살아 보거라. 어떻게 살지는 너희들에게 달렸다. 아마 언젠가는 너희도 깨닫게 되겠지. 부모는 너희에게 시달리려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아이들에게 시달려 스트레스를 받은 어른들이 아이들만 남기고 상수도와 전기를 모두 끊고 도시를 떠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은 심각한 현실을 깨닫고 대처하는 무리와 해방감에 들떠 마을을 휘젓고 다니는 무리 등 두 편으로 갈라진다. 작품은 선과 악, 정의와 불의라는 대결 구도를 고수하고 있으나 선과 정의가 평화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법이 존재해야 가능하다는 것을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시행령을 입법 예고하고 다가오는 10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법에 의하면 교사를 상대로 폭행이나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학생을 강제로 전학시키거나 퇴학시킬 수 있다. 학생에게 맞아 다친 교사의 치료비는 학생의 보호자가 전액 부담하게 된다.

학교 현장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생각할수록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비정상이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교육의 미래에 희망이 존재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학교 현장이 이러한데도 그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혁신과 그들만의 정의'를 위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선거를 의식하지 않는 교육, 표를 의식하지 않는 교육'이 이 땅에 올곧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그날을 간절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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