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전 오근장동장

[김복회 전 오근장동장] 지난달 반가운 우편물을 받았다. 국가자격증인 산림교육전문가자격증(숲 해설가)을 받은 것이다. 5개월 동안 숲을 공부하고 현장에서 생생한 학습을 했던 행복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그저 산이 좋아 배우기 시작한 숲은 끝없는 신비로움을 안겨주었다.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는 눈을 반짝이게 했고, 숲과 물속에서 보는 현장학습은 호기심 많은 어린 아이처럼 진지했다.

초본, 목본, 곤충을 비롯한 생물들을 배우면서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달았다. 길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민들레도 새롭게 다가왔고, 종족을 번식시키기 위한 식물들의 생존경쟁은 숙연케 하기에 충분했다

햇빛을 더 받기 위해 잎을 변형시키면서까지 자라는 담쟁이 넝쿨, 한 나무에서 서로 공생하는 곤충들은 알아갈수록 재미와 흥미를 더했다.

무심코 길을 갈 때 짓밟고 지나갔던 질경이의 삶을 배우고 나니 생각 없이 마구 짓밟고 다녔던 것이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다. 키 작은 질경이는 어디서도 햇빛을 받을 수 없어 누구도 침범하기 힘든, 자신만의 터전을 확보하기 위해 차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택했다고 한다. 수없이 밟히고 눌리면서 바퀴와 신발에 붙어서 종족을 번식시키며 살고 있는 질경이의 눈물겨운 삶이 숙연하다.

숲을 공부하면서 만난 강사님들은 모두 숲과 자연을 사랑하는 분들로 열정이 대단하셔서 배우는 우리들 마음 깊이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숲을 알아가는 것은 풀 한 포기에서 나를 만나고 우주를 느낄 수 있는 거란다. 또 감탄을 많이 하는 삶이 잘 사는 삶이라고도 했다. 감탄이 없는 사람은 시들어 가는 사람이라는 말에 진한 공감을 했다. 덕분에 숲을 공부하면서 수없이 감탄을 했다.

숲속에서는 자기들의 태어난 자리를 억울해 하는 생명이 하나도 없다고 한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보면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이 시처럼 식물과 인간의 삶은 참 많이도 닮아 있다.

들풀들도 떡잎을 버려야 꽃을 피우듯 사람도 아픔만큼 성숙해진다. 숲 해설가자격증을 취득한 뒤로도 숲 공부에 대한 열정은 계속되었다.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계속 공부하기도 하고 생태산행을 하면서 현장공부도 하고 있다. 모르던 것을 알아 가는 기쁨은 경험한 자만이 알 수 있으리라. 필자는 그들과 함께 35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서로 아는 것을 나누며 눈으로 익히고 루페로 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이젠 무심코 길을 걷다가도 주변의 꽃과 풀을 유심히 살피게 된다. 선뜻 떠오르지 않는 식물은 검색을 하기도 하고 함께 공부한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알아가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아는 것이 늘어날수록 행복은 배가 되니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처럼 앞으로도 숲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우리들도 식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처럼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아간다면 서로를 탓하고 질시하는 지금의 삶보다 훨씬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