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국
청주 세광중교사 문학평론가
며칠 전 2009 한 권의 책으로 하나 되는 청주를 위한 북클럽 소토론회 '책과 함께 공감토크'를 진행한 적이 있다. 각박한 현대의 도시가 책이라는 매체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시민 모두가 선정된 책을 독서하고 토론이라는 형식을 통하여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세대와 계층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아름다운 공동체라는 지역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2009년 상반기 도서로는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선정되었다. 이 책은 2008년 10월 출간됨과 동시에 8만부가 팔렸고 현재 60만부 이상 팔려 독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작품은 온가족이 실종된 엄마를 찾는 것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엄마라는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고 엄마의 삶의 여정을 되새겨 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하여 독자 스스로 각자의 엄마를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엄마는 우리 모두의 엄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엄마는 자식들에게 알맹이를 빼준 채 자신은 빈껍데기로 존재한다. 시골에서 태어난 엄마는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의지와 상관없는 결혼을 하고 오남매를 낳는다. 오직 자식들에게 헌신하는 것을 낙으로 알고 살아온 그야말로 이 땅의 평범한 엄마 모습을 보여준다.

외도를 일삼는 남편은 걸핏하면 집을 나가 며칠씩 돌아오지 않는다. 급기야 남편은 젊은 여자를 집으로 들여 살림을 시작한다. 엄마는 수치심을 참지 못하고 자식들을 버려둔 채 집을 나간다. 밖에서 며칠을 보낸 엄마는 자식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학교 공부도 소홀히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때문에 자식들 교육만큼은 제대로 시켜야겠다는 일념으로 귀가를 시도한다. 자식에 대한 교육적 열정이 엄마의 마지막 자존심마저 버리게 한 것이다.

큰 아들에게 거는 엄마의 기대는 남다르다.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서도 일을 시키지 않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온갖 배려를 다한다. 큰 아들 진학에 필요한 서류를 전해주려 엄동설한에 슬리퍼 차림으로 야간열차 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딸 교육을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된 엄마는 여자일수록 배워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둘째 딸을 큰 아들에게 맡기면서 동생이 제대로 공부하도록 보살피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그가 오빠와 다툼으로 집을 나왔을 땐 무조건 용서를 빌고 학업에 열중하라는 당부를 한다.

최근 미국이나 중국, 인도 엄마들의 교육열도 만만치 않다고 알려지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엄마들의 교육열을 따라 갈수는 없다. 신경숙의 엄마를 차치하고서라도 어떻게 김연아나 박세리 엄마의 열정을 따라 잡을 수 있겠는가?

엄마들은 우리나라 교육열의 바로미터 역할을 수행한다. 땅덩어리도 좁고 지하자원도 부족한 나라에서 오직 엄마들의 교육적 열정만큼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엄마들의 교육적 열정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었다는 말도 틀리지는 않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교육정책도 많이 바뀌었다. 그것의 핵심은 교육 경쟁력 확보와 공교육 강화를 통하여 맞춤형 인재,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선언적 구호가 없을 때에도 우리의 엄마들은 우리가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선언적 구호가 아니라 겸손한 리더십이다. 엄마들의 겸손한 리더십을 연구할 필요가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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