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를 반기지 않는 교회

이제 나이 오십이 넘다보니 학창 시절 친구들의 사회적 위치가 극과 극이다. 잘 된 친구들은 누가 보아도 부러운 위치에 있다. 그런 친구들을 만나면 내 속이 얼마나 쓰린지 모르겠다.

이에 비해 죽 쓰는 친구들은 죽 많이 쓴다. 어떤 친구는 퇴사해 하바드대학원엘 다닌다는데 할 일 없이 바둥바둥 살고 있다는 뜻이라 한다. 아직 나이가 덜 돼 동경대학원을 못 다니고 있다고 탄식하는 친구도 있는데 동경대학원이란 동네 경노당을 말 한다고 한다. 하기사 방에만 틀어 박혀 있는 방콕대학원을 다니는 친구들도 있다.

이 친구가 제일 부러운 건 지공선사라고 한다. 지공선사란 지하철 공짜로 타고 경노석에 정좌하여 눈감고 참선한다는 뜻 이라고 하는데 집에서 마누라 눈치 보느니 지하철이라도 타고 한 없이 돌아다니고 싶은데 아직 경노증이 없어 구박 받으며 집에 있어 힘들다고 한다.

이런 낱말들에 대한 단어 풀이를 들으면 분명 웃어야 하는데 웃을 수 없는 것이 작금의 우리 오십대들의 현 주소이다. 분명 지금 나이는 경제적인 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퇴사해 그나마 퇴직금으로 장사를 시작해 보았지만 더 이상의 손실을 감당하지 못해 돈 털어 먹고 집에 있는 상황이니 그 심정 오죽할 까 싶다.

특히 오는 6월 7일에는 고등학교 동기 동창들이 가족동반으로 모교 운동장에서 체육대회가 있는데 벌써 양 패로 갈라져 식사할 친구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주 잘 나가는 친구들은 잘 나가는 친구들끼리, 하바드대학원과 방콕대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은 서로 위안 삼고자 그 친구들끼리 술 한 잔 돌릴 것이 뻔하다.

그나마 평강을 얻고자 교회를 다니고 있는데 교회에서도 장로와 목사들은 잘 대해 주지 않는다고 한다. 장노와 목사라면 교회의 최고 위치에 계신 분들인데 이게 또 무슨 뜻인가 물어 보았더니 장노란 장기간 노는 사람이고 목사는 목적 없이 사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기사 교회조차 돈 있고 권력 있는 사람들을 좋아하니 어디 장노, 목사들이 발붙일 곳이 있겠나 싶다. 사실 인생 오십대인 우리 세대들처럼 우여곡절 많이 겪은 세대도 없다. 정치적으로도 격변기에 살았고 부모 봉양 잘하라는 교육받고 자랐다.

게다가 번 돈의 모두를 자식들에게 투입했지만 우리 자녀들은 부모 본양할 줄 모르는 세대이다. 결국 노후 대책도전혀 안 되어 있는 세대여서 지금보다 더 힘든 노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제 대다수 친구들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이 세상에 내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을 한다. 자식들도 짝 맞춰 주었더니 거들떠도 안 보고 힘 떨어지니 와이프에게 구박받고 내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하기사 정권·돈·명예 모두 잠시 나에게 머물다 가는 것 인데 선한 마음먹고 살면 머무는 기간이 긴 것이고 아니면 바로 곁을 떠나 버리는 것 아닌가 싶다.

지난 주 노무현대통령에 대한 국민장을 보면서 참 많이 울었다. 권력이란 잠시 나에게 머물다 가는 것에 불과한데 모두들 선한 마음 가지고 살았으면 한다. 다시 한 번 노대통령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 조동욱 충북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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